콩밥, 이제부터 내가 제대로 먹여줄께!
불과 2~3개월 전,
손바닥만 한 텃밭에 큰 생각 없이 완두콩을 심었다.
완두콩 씨앗을 심을 때는
이 조그마한 씨앗들이 훗날 어떤 모습이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비어 있는 땅에 뭔가라도 심어보고 싶어서
동네 이웃분들에게 여쭤보았다.
농사의 1도 모르는 내가
"요즘 같은 계절에는 어떤 걸 심어야 해요?"라고 했더니
감자, 옥수수, 완두콩을 심어보라 추천해 주셔서 큰 기대감 없이 일단 심었었는데
분주한 일상을 살다가 어느 날 나의 텃밭을 보니
놀라울만한 기적이 일어나 있었다.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려 있는 완두콩들의 모습은 갑자기 나를 굉장히 작게 느껴지게 했다. 자연의 힘은 이렇게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우리 곁에 계속 초월하며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는 오묘한 순간이었다.
그림동화책에서나 볼법한 비현실적인 완두콩 주머니들이 수없이 대롱대롱 달려 있고
그 안에는 알알이 싱그럽게 가득 차 있는 완두콩들.
주렁주렁 달린 완두콩의 모습만 바라보아도 마음이 흐뭇해지고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아래쪽에 먼저 달린 완두콩부터 속이 영글어 가기 때문에
밑부분을 헤짚으며 통통해진 완두콩들을 일부만 수거해 보았다
살짝 만지기만 해도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싱그러움이 가득했다
일단은 몇 개만 조금 따서 바라보며 '이걸로 뭘 해 먹으면 좋을까?' 궁리해 본다.
시장에 가서도 한 번도 내가 직접 완두콩을 사 본 적도 없었기에 완두콩 요리법은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 일단 이걸로 콩밥을 해보자. 제일 만만한 것이 콩밥이다'라고 생각했다.
완두콩 껍질를 개봉하자 동글동글 줄 서서 방긋 웃고 있는 연두색 예쁜 콩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참을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나만 보기가 너무 아까워서 남편을 불러 이것 좀 보라고 자랑한다.
마치 부모가 남들에게 자식자랑 하듯이 "이거 봐봐요 너무 예쁘죠?" "세상에 어쩜 이렇게 줄 맞춰서 예쁘게 존재할 수가 있죠?" 남편도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 듯 원래부터 커다란 눈이 더 커지며 경이롭게 완두콩을 함께 바라본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먹을 거야? "라는 질문에 나는 "콩 밥을 해볼 거야"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흰쌀밥만을 해달라고 조르는 남편이기에 나의 콩밥 계획이 그리 반갑지 않았나 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가 지금 할 줄 아는 것은 콩밥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밥이야 뭐 전기밥통이 다 해주니까 내가 특별히 힘써야 할 부분은 없었다. 그저 쌀을 깨끗이 씻어 완두콩과 함께 넣기만 하면 끝나는 아주 간단하고 쉬운 완두콩밥. 취사가 다 완료되었다는 알람에 밥통 뚜껑을 여니 맛있는 밥 냄새와 고소한 완두콩 냄새가 뒤섞여 갑자기 식욕이 폭발하기 시작한다. 지금의 이 냄새까지 사진 밖으로 전달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냄새까지도 자랑하고 싶어 진다. 고소한 냄새가~~ 폴폴폴
난생처음 해본 완두콩 밥. 그것도 내가 직접 농사지은 작물로 지은 밥이라 감동이 배가 된다.
별 것도 아닌데 마구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이제부터 당분간
"텃밭에 있는 완두콩을 다 먹을 때까지는 우리 집은 계속 콩밥이야~"라고 선포하니 남편의 표정이 그리 좋지는 않다. 그래서 "일단 이거 한 번만 먹어봐요, 일단 한 숟갈만이라도 맛만 봐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마지못해 딱 한 숟갈만 먹겠다는 단호한 말과 함께 한 입을 받아서 먹는 남편.
뜨거운 밥의 열기를 오물오물 식히며 먹더니 갑자기 눈이 더 커진다. "와아~!!!" 외마디 외침과 함께 남편이 번쩍 들어 올리는 엄지 손가락.
"그럼 이제부터 우리 집 콩밥 ok다! "
근육 손실을 막는 글루타민, 엽록소, 비타민B1, 미네랄이 풍부하고
관절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를 막아 포만감이 오래가고 지방의 축적도 막을 수 있어서
비만환자에도 좋다.
완두콩이
근손실을 막아준다고 하니
일부러라도 열심히 먹어야겠다.
나이 들수록 근육은 생명처럼 소중하다.
콩밥으로 해 먹는 방법 말고
혹시 다른 요리법이 또 있을까? 공부해 봐야겠다
점점 식재료 하나하나에 대해 감사한 마음과
귀하게 잘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