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키워드: 추석, 뉴트로, 한강
“아빠, 몇 시간 남았어?
”우리 다음 휴게소 들리자...“
할아버지 댁은 경상남도 사천시 곤명면 마곡리. 명절인 오늘은 내려가는 데 8시간정도 걸린다. 여기서 하룻밤을 보낸 뒤에 외할머니댁을 가기로 했다. 외할머니댁은 광주광역시. 이번 추석도 막히는 길들은 전년과 다름 없었다. 조금 다른 게 있었다면 할머니 댁의 풍경이었다.
“어라?” 마을을 들어오는 길은 매우 좁은 돌길이었다. 적어도 지난 명절까지는. 그런데 어느 순간 포장이 되어있었고, 시냇가의 벽까지도 회칠이 되어있었다. 맑고 투명했던 시냇물은 더이상 없었다. 뽀얘진 시냇물 안에는 여전히 과거에 봤던 송사리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괜히 미안했다.
“그 왜,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멀~끔하게 해야 한다 하대? 그러더니 저리 해버렸다!” 할아버지의 얘기였다. 괜히 원망스러웠다. 할아버지 댁은 여전히 한 마을에 가로등이 한 개밖에 없는 작은 마을이다. 해가 지면 짙은 암흑이 내려앉아서 밤하늘의 별들을 아주 또렷하게 볼 수 있는 그런 동네다. 그곳의 맑은 시냇가를 가져가 버린 ‘도시 사람들’이 미웠다.
“지금은 오히려 뉴트로가 유행이라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괜히 억하심정에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 최근 들어서는 새로운 유행을 창출해내거나 세련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지 않다. 도리어 부모님이 대학 다닐 때 유행했던 아이템들이 다시 유행되고 있지 않은가. 한옥이 예쁘고, 비포장도로가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다 똑같은 것보다는, 각자의 독보적인 매력을 인정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칠이라니.
집 앞에 있는 한강공원이 떠올랐다. 늘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있었다. 무지갯빛을 뽐내는 대교 앞은 언제나 인기 명소였다. 그곳의 인기는 세련되어서도, 깔끔해서도 아니었다. 아마도 그곳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 때문이 아니었을까. 할아버지 댁이 있는 마을은 조금씩 새로운 모습을 입고 있다. 지붕도, 길도, 이제는 다듬어진 모습이다. 그만큼 내가 기억하는 추억들도 사라지고 있었다. 마을을 다듬는 ‘도시 사람들’이 나와 같은 추억들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기를. 그리고 조금은 더 신경 써서 다듬어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