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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다 임마_장성규

오늘도 버텨내는 중.

남의 경험담 따위는 좋아하지 않는 주의.

그런데 서점에서 앞부분을 읽어내리다가 구매해버리고 말았다.


"저게 무슨 아나운서야"
"내가 바라는 아나운서의 모습은 저런 게 아닌걸."


그렇게 생각했다.

좀 더 똑똑하고, 좀 더 멋있고, 좀 더 근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나테이너'같은 건 단순히 시대의 흐름일 뿐, 본질이 아니라고.


어렸을 때부터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괜히 내 주제에 꿈을 꾸면 안 될 것 같았고,
"네 주제에 무슨"이라는 말을 들을까 봐 겁도 났다.

그렇게 인생에 도움도 안 되는 '주제 파악, '분위기 파악'하면서
스물여덟 해를 보내고 깨달았다.

살면서 한 번은 생각하면 가슴 설레는 일을 해 보자고 말이다.


삼수까지 해서 뒤늦게 대학생이 되었고,
공무원 시험도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했다.
자존감은 한없이 바닥을 쳤고
자격지심에 잘 나가는 친구를 질투하기도 했다.
친구들이 날 무시하는 것 같아 불쑥불쑥 화가 나기도 하고,
내 처지를 생각하면 괜히 슬퍼지기도 하면서 감정이 널을 뛰기도 했다.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생활도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보니
당시의 자격지심의 원인이 나였음을 안다.
다른 누군가가 날 무시해서가 아니라
내가 날 믿지 못해서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던 거다.


항상 웃는 사람들에게 '너는 그늘이 없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걸 정말 싫어한다.

그러면서 늘 신나고 밝아야 하는 아나테이너들의 고충은 왜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면접은 자기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이고, 방송 또한 그렇다.

꾸며내는 순간 가장 먼저 드러나니까.

자기가 어떠한 옷을 입고자 하는 순간

주변인들이, 시청자들이 '어색하다'라고 느껴버린다.


그러면서도 가장 자기 다운 것 속에서 발전을 이뤄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신입사원'오디션은 끝났지만 그저 가라앉아만 있다면 그건 사람들이 아는 장성규가 아니다.
기운을 차린 나는 바로 다시 일을 벌였다.

'덕분에 좋은 꿈 꿨습니다. 장성규 드림.'

내 이름을 크게 박은 수건을 만들어 MBC 아나운서국에 찾아가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돌렸다.


나 또한 광주 CBS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원하던 아나운서 꿈을 대학 졸업 전에 이루어 낸 것이기에 스스로도 뿌듯했다.

1년을 겨우 채우고 그만두던 그때, 나는 회사 각 부서에 찾아가 '젤리'를 돌렸다.

(그 당시 나름 가장 맛있다고 생각했던..^^;;)

'조윤하'라는 후배를 잊지 말아 주시길 바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각각 한 분씩 찾아가서 드릴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도 든다.


인생을 살다 보면 걸음을 내딛기 힘든 팍팍한 날들이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살 만한 순간을 만들어 가고 싶다.

두려움도 실패도 쌓이면 꽤 괜찮은 경험이 된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만든 그 시간을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인생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는 거니까.


사람들은 방송가를 흔히 '전쟁터'라고 말한다.
경험해 보니 정말 피 튀길 만큼 치열한 곳이다.
특히 아나운서가 예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정말 어렵다.
누군가가 짜 놓은 판 안에서 자기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입장이 아니라,
내 판이 아닐지도 모르는 곳에서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고 구성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스스로 말하고 있다.
"그건 내가 해내야 한다. 안 그러면 그 판에서 없어져도 싸다."


책을 덮고, '장성규'라는 사람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가벼워만 보이던 사람의 깊이가 보였고,

나름의 존경심이 생겼달까.


올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내 앞에는 어떤 미래가 펼쳐져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내인생이다임마_01.jpg


그냥 나 답게.

그렇게 받아들이기.

그렇게 행동하기.

누구 눈치도 보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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