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래 있던 하늘

# 042

by 서하

발아래 있던 하늘

by 서하


주인이라 믿었습니다

손에 쥔 지도와 열쇠로

세상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무릎을 꿇고,

내 발아래서 하늘을 보여주셨습니다.


높이 오른 자리는

홀로 서는 곳이었고

숨은 점점 짧아졌으며

내 그림자는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아무 말 없이

수건을 두르시고

먼지 낀 내 발등을 닦으셨죠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지배가 아니라 사랑이

우리를 살리는 유일한 힘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

모든 걸 하려는 자리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보내진 자리로

돌아가려 합니다.


발아래 머무는 햇살처럼

흙을 닮은 그릇처럼

당신의 손에 들려진

작은 숨이 되려 합니다


✥ 모티브: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 (요한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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