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
by 서하
말하지 않아도
당신의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눈빛이 고요히 머물고
손끝이 조심스레 닿을 때
우리는 이미 같은 온도를 나누고 있지요.
당신이 나를 바라볼 때
나는 나를 잊고 당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돼요.
당신을 바라볼 때
조금 더 편안한 사람이 되어요.
우리는 서로를 껴안지 않아도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요.
한 사람의 고요가 다른 사람의 안식이 되고
말없이 머무는 시간이
가장 깊은 대화가 되지요.
이 식탁 위엔 따뜻한 찻잔 하나
웃음의 잔기침 하나
그리고 그리운 눈빛 하나가 있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이대로면 충분한 저녁이에요.
서로를 바꾸려 하지 않고
서로를 채우려 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함께 머무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의 마지막 기도입니다.
✥ 모티브: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삼위일체 이콘'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요한 1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