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는 그림자

#074

by 서하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


by 서하


나는 벽에 기대어 선다
누군가가 말한다
떠나라, 이곳은 너를 원하지 않는다고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숨지 않는다
그저, 서 있을 뿐이다


해가 기울고
어둠이 밀려와도
내 그림자는
벽을 따라 남는다


말없이 드리운 흔적 하나
누구도 지울 수 없는
선명한 나의 울림


그들은 내 존재를 지우려 한다
침묵시키고
왜곡하고
밀어낸다


하지만
그림자는 남는다
지워지지 않는
어둠 속의 빛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어둠은 흔 ~ 들 ~ 린~ 다





✥ 모티브: “하느님의 아드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때가 되기도 전에 저희를 괴롭히시려고 여기에 오셨습니까?” (마태 8, 29)


그림자는,
빛 앞에 '진짜 나'로 서는 순간,
피하지 않고, 숨지 않고 머무는 선택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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