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약속으로 남편과 외출을 했다. 늘 유쾌하고 다정한 써니 언니 부부와 점심을 먹고 남양주 카페로 갔다. 식당에도 카페에도 오픈하는 시간에 가니 손님이 없어서 한적하고 불안에 떨지 않으니 좋았다.
카페 입구에는 체온 측정계 바로 앞에 크리스마스 산타 장식품이 있었다. 산타가 선물 꾸러미에서 스티로품 눈을 계속해서 뿌려대는 모양이었다. 네 사람은 함께 사진도 찍고 캐럴도 들으며 크리스마스를 실감했다. 그러면서 그전까진 전혀 성탄절 기분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지금 집안에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물건이라고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아이들이 더 어릴 때는 베란다 쪽 창에 반짝이도 한 달 이상 붙여놓고 산타와 썰매도 장식해 두었다. 아직 서랍 구석에 수세미 실로 뜬 산타 얼굴도 있고 트리도 있는데 꺼낼 마음이 가닿지 않는다.
막내도 작년부터 산타가 아빠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고백했다. 자기가 갖고 싶었던 레고 선물이 엄마 쇼핑몰 사이트에 담겨 있는 걸 보았다고 했다. 치밀하게 하려고 나름 노력했었는데 나의 실수였다.
산타를 믿지 않으면 성탄절의 의미는 사라질까?
아이들 어릴 때가 생각난다. 베란다 창문에 아이들은 산타와 썰매 그림도 그려서 붙여두고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도 써 놓았다. 그럼 그걸 감춰두고 그 자리에 선물을 두었는데 그 시간을 딱 맞추는 건 쉽지 않았다. 자꾸 설레어 깨는 아이가 새벽 3시나 4시에 선물을 발견하면 낭패다. 그 시간에 레고를 발견하면 레고를 맞추고 싶어서 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 우린 그날 밤을 새워야 하기 때문에 적당히 깨어도 좋을 6시에서 7시 전후로 해서 선물을 조심조심 갖다 두어야 한다.
그러고는 얼핏 잠들면 초저녁에 잠을 설치던 아이들도 깊이 잠들어 있다가 놀라서 깨고는 후다닥 달려 나간다. 막내가 네 살 쯤이었나. 자기는 선물을 가지러 베란다에 나갔을 때 루돌프 썰매를 타고 가는 산타의 뒷모습을 봤다고 우겨서 한참을 웃었다.
겨우 열한 살인데 그런 설렘 없이 선물을 고민하고 있다. 아빠에게 뭘 사달라고 할까 하고 말이다.
그래도 좋은 크리스마스!
기쁜 구주 오신 날이다.
내일은 서랍 속에 잠들어있는 반짝이와 수세미 산타, 뜨개 트리를 꺼내놓고 캐럴을 듣고 싶다.
♡감사 일기
메시글 방의 20일 차 미션인 습관 일기를 적으며 기도를 했어요. 나오미 님 어머님의 영면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모든 문우님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기도했습니다. 참 마음이 몽글몽글 합니다.
내일 우리 막내 시험 잘 치르고 오겠죠. 되든 아니든 그 한 시간은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막내가 오늘 학교에서 인성교육시간이 있었대요. 선생님이 어저께 칭찬 스티커를 받지 않더라도 봉사를 하겠다는 차니를 칭찬하시며, 못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답니다. 열한 살 제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시는 선생님이 계시네요. 정말 놀라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