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과거, 테서렉트 어느 구석에 놓여 있는 과거 과거 속에 거주 중인 인물(나? 혹은 가족?)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표현해 봅시다
내 큰아들 빈아!
나이 많은 엄마에게서 태어나 순둥순둥한 너는 얼마나 많은 시간 힘들었겠니!
그래도 엄마는 나름 많이 노력했단다.
너를 낳기 전부터 소문난 육아책을 줄줄 읽고 있었는데, 메모도 하고 필기도 하고 사이사이 책 갈피도 꽂아가면서 열심히 준비했어.
그러고서는 네가 힘겹게 태어난 후 수유시간, 수유량, 잠자는 시간 모두를 적었지. 촘촘하게, 아날로그적으로, 노트에 표를 만들어 가면서 썼어. 매일 밤 두세 시간 만에 수유를 하면서 그걸 꼼꼼히 적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엄마가 될 수 없는 넌 이해할 수 없을 거야. 게다가 지금 시대에 그런 방식이라면 고개를 좌우로 젓겠지.
그저 열심히 엄마 노릇이 잘 하고 싶었단다. 정말 힘들더라.
그런데 그때 정말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어. 엄마의 수면의 질이 너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나를 관리하는 게 네게 왜 얼마큼 좋은지 말이야.
그저 어떻게든 노력을 해보고 싶은 마음뿐이었어.
잘 모르는 초보 엄마 옆에서 너도 힘들지? 감정 조절도 못하고 허둥지둥하는 엄마라서 말이야.
두 세살엔 네가 새벽만 되면 한 시간 동안 울었어. 그때 일을 다시 시작한 엄마가 널 떼어놓고 나가니 뭔가 마음 구석에서 불안함이 있어서 그럴 거라고 죄책감도 가졌고, 우는 너에게 어찌할 바를 몰랐단다. 그저 업고 한 시간을 작은 방에서 달래느라 왔다갔다하고, 그러다 힘들어서 같이 펑펑 울다가 결국 안되면 아빠가 유모차에 태워 그 새벽에 동네 한 바퀴씩을 돌곤 했지. 넌 다섯 살에 유치원을 가면서부터 그 시간에 깨지 않고 참 잘 잤단다. 하지만 그때 그렇게 울던 너에게 부족했던 뭔가가 있었을 텐데 잘 헤아려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우리 아가! 네 동생도 태어나고 넌 또 뭔가 모자라고 허전해지는 일이 많아지겠지만 엄마가 정말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얼마나 더 잘해주고 싶었는지 다시 돌아가 얘기해 주고 싶었단다. 너를 더욱더 많이 안아주고 예뻐해 주고 싶구나.
부족하고 서툰 엄마에게 좀 더 땡강도 부리고 동생도 몰래 꼬집으면서 마음에 남겨두는 감정이 없었으면 좋겠어. 우리 아가 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고맙다!
하늘만큼 바다만큼 우주만큼 세상의 먼지만큼 사랑해!
빈이 엄마에게!
체력은 안되고 예쁜 아가는 밤에 잠 못 자게 하고 힘들지. 깊은 밤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알고 있어. 아이를 두고 출근하는 차 안에서도 펑펑 울곤 했지. 회사 화장실에서도 말이야.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자신을 돌보는 게 아이를 돌보는 길이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어. 테서렉트 구석에 놓인 너에게 정말 간절히 전해주고 싶다. 이렇게 적고 있는 순간이 허무하게 느껴지네.
인터스텔라 영화의 한 장면이 정말 현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잘하고 있다고, 애쓰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토닥여주고 싶어.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엔 또 지금을 돌아보며 너무 후회하지 마. 최선을 다하고 살고 있잖아.
아이들은 걱정하는 것보다 잘 자랄 거야. 몇 번 심장을 뒤흔드는 일들이 있지만 말이야. 고비고비 잘 넘어갈 테니 초조하고 불안한 생각일랑 접어둬. 정말 예쁜 짓도 엄청 많이 할 거라고. 기대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