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라 Dec 31. 2019

눈 내리는 겨울 바다

바다가 종종 내게 건네는 용기


올해 마지막 브런치에 남겨둘 이야기를 위해 며칠간 그간 올리지 못했던 그림들을 매일 같이 올렸습니다.

2019년에 마지막으로 이 그림을 이야기하고 싶었거든요.


제주 이호테우 해변에 눈 내리는 풍경을 수채화로 그린 그림입니다.


해마다 겨울 바다를 한 번씩 찾아가곤 했습니다. 동해든 서해든 상관없이 가까운 곳을 찾곤 했는데,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가라앉는 감정과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바다는 늘 어딘가를 품고 말없이 들어주는 그런 존재 같았습니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격하게 끊임없이 요동치는 바다는 밀려오고 나가길 반복하는 저의 감정과도 많이 닮아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래전 겨울 바다를 찾았을 때 쏴-하고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마치 살아라-라고 들리는 것 같아 큰 용기를 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온 바다가 제게 그렇게 외치고 있는 것 같았죠.


제주로 이주하고 이제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바다와 가까이 살고 있는 요즘입니다.

바다를 찾아 파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종종 그런 생각들이 듭니다.

매번 밀려왔다 멀어지는 순간들이 있다고 말이죠.

기분이나 감정도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왔다 멀어지길 반복합니다.


바다가 달에 의해 조수간만을 일으킨다면 저의 감정적 조수간만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것들에 의해 일으킨 결과물일 것입니다. 사람들의 관계나, 과거의 사건들, 순간의 상념들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멀어지길 반복합니다.


이전에 그렸던 파도 그림에 저는 이런 말을 남겨두었습니다.

거친 돌은 빛에 반짝일 수 없다. 하지만 많은 파도와 바람을 견뎌내며 닦인 돌은 햇빛만큼 눈부시게 반짝일 수 있다고요. 


큰 파도가 밀려온다는 것은 저를 담금질하여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저를 요동치게 만드는 하나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라보는 감정적 파도가 너무 커 두려울 지경이었습니다. 다시 파도가 지나가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충분히 견딜만했습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 해갈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보다 나은 사람이 될 것이라 희망해봅니다.

그런 마음으로 매번의 파도를 견뎌갑니다.

모처럼 잔잔한 파도가 이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눈이 왔으면 좋았겠다 싶기도 했고요. 


오늘 당신의 바다는 어떠셨나요?




https://www.youtube.com/watch?v=_ku_NXu79wA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