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는
부산 사람이다.
30년 넘는 기간 동안
전주에는 와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저번달부터
한식을 배우러 왔다.
여자친구는 이미
부산에 살 때
각종 음식점에서
일한 경험이 많았다.
그 정도로 음식에 관심이 많고
배우려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다.
나 또한 음식점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고,
현재는 1인 요식업 가게를
운영 중일 정도로
음식에 관심은 있었다.
우리는 각자
학교와 가게를 마치고
매일 저녁 만났다.
정말 매일 만났다.
만나면서 알게 된
우리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식성이다.
가리는 게 없다.
여자친구는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그것들을 좋아하고
많이 먹어봤고
잘 먹었다.
반면에 나는
먹는 걸 좋아할 뿐이지
대중적인 음식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하루는
여자친구와 내인생 처음으로
태국 음식점에 가서
'똠얌꿍'을 먹어봤다.
향신료 향이 강해서
여자친구는 내가 못 먹을 줄
알았나 보다.
전혀.
완전 내 입맛이었다.
우리가 그 식당에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우리는
똠얌꿍 두 개를 시켜서
각자 먹었다.
그것도 전날 술을 잔뜩 먹고
해장을 하러가서 말이다.
고수도 잔뜩 추가해서 먹었다.
그런 나를 보고
여자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오빠. 나 오빠 같은 사람 처음 봐."
"왜?"
"똠얌꿍을 처음부터 맛있게 먹는 사람,
그리고 고수를 이렇게 많이
넣어먹는 사람도 처음 봐."
"나는 어릴 때 삼겹살도
고수에 싸서 먹었었는데?"
"그게 말이 되나???
초등학생이???"
나는 푹 삭힌 홍어 삼합이
소울푸드라고 생각할 정도로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이런 내가 본
음식을 가장 가리지 않는 사람이
내 여자친구다.
우리는 매일 만났고
매일 먹었다.
온갖 종류의 식당을
찾아다니며 먹었다.
그러나 어느 날 여자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나 오빠 집에서 같이 살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