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을 좋아한다.
아니다.
사랑한다.
사람들은
취하고 싶어서,
분위기가 좋아서,
술을 마신다고 하지만
나는 술이 맛있어서 먹는다.
정말 맛있다.
그리고 잘 먹는다.
근데 여자친구도 술이
맛있어서 먹는단다.
음식과 함께 먹을 때 조합이
너무 좋다고 한다.
드물게,
술을 맛으로 먹는 사람 둘이
같이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마셨다.
"오빠 오늘 일 끝나면 뭐에다가 마실 거야?"
"자기야"
"응?"
"지금 우리 출근 중인데.
왜 벌써 그런걸 물어보지? 하하."
"히히. 미리 생각해 놓으면 좋잖아.
그래서 뭐에다 마실까?"
"음... 쌀쌀하니까 오뎅탕에 소주?"
"오 괜찮다. 콜!!!"
준비성이 철저한 여자친구는
항상 미리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미식가답게
안주도 대충 안 먹는다.
싼 안주만 찾아서 먹는
나랑은 차원이 다르다.
아내의 요리 실력 덕분에
매일이 잔치고 파티였다.
술은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약이었고,
열심히 일한 우리에게 주는
상이었다.
또한
음식을 더욱 맛있게 해 주는
촉매였고
많이 먹게 도와주는
소화제이기도 했다.
우리는 매일
맛있게 먹었고
많이 먹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우리를 '돼지'로 만든 음식은
따로 있었다.
내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그 음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