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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수육, 그리고...

by vege easy diet


다양한 요리를

잘 하는 여자친구와 달리

나는 요리를 못한다.


관심은 많지만,

라면만 끓이는 수준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요리가

하나 있었다.


돼지고기 수육.


다행히 여자친구는

안 만들어 봤다고 한다.


"자기야. 오늘 저녁은 나한테 맡겨."


압력솥에 물, 된장,

양파, 대파, 통마늘을 넣고

끓인다.


물이 끓으면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통째로 넣는다.


물은 고기가 반쯤만

잠기게 넣어도 된다.


고기 두께에 따라서

25~30분 삶는다.


시간이 되면

증기를 빼고

젓가락으로

고기를 찔러본다.


쑤~욱 들어가면

꺼내고 바로 썰어서

따뜻하게 먹는다.


"오빠. 이거 너무 맛있다ㅠㅠ"


"그러게. 내가 만들었지만

맛있네. 신기하다."


"와 나 집에서 수육 먹은 거 처음이야.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네."


"아 처음이야? 난 엄마가 만드는거

한번씩 따라 해 봤거든."


"나는 수육 어려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간단하네?"


"어 맞지. 자주 해 먹자!"


"너무 좋지 ㅎㅎ"


갓 삶아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돼지고기에

소주 한 잔이

맛없을 리가 있나.


우리는 수육과

소주 조합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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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바베큐, 수육

매주 두번 이상

먹었다.


자주 먹으며

고기는 앞다리에서

삼겹살로

업그레이드했고,

끓일 때 넣는 재료는

간장, 소주 정도로

간소화했다.


맛은 올라가고

과정은 쉬워졌다.


다만

삼겹살 가격이

부담이 되어서

저렴한 고기를 찾아봤다.


고기 마트에서

수입산 냉동 삼겹살을 사서

수육을 만들어 봤다.


오.


맛이 괜찮다.


가격은 1/3 가격이다.


이거다.


"자기야. 수입산 냉동도 괜찮은데?"


"어. 맛있다. 가성비 너무 좋다."


"좋았어. 내일 마트 다시 가자."


"더 사려고?"


"어. 많이."


(다음날, 마트 도착)


"사장님. 수입산 냉동 삼겹살

행사하는 거 한판 사려고요."


"한 근이요?"


"아니요. 한판이요."


"아 한판. 알겠습니다!"


"수육용으로

소분 부탁드립니다."


%ED%99%94%EB%A9%B4_%EC%BA%A1%EC%B2%98_2025-07-06_015957.png?type=w1 한판. 6kg 정도 된다


사장님은

돼지고기 한 판을

기계로 썰어주셨다.


약 12등분 정도?


"고객님. 어디서 장사하세요?"


"네??? 아... 아니에요.

저희가 집에서 먹으려고요."


"이걸 전부요? 아...

고기 좋아하시나 보네 하하"


"하하 또 올게요."


이후 우리 집 냉동실에는

삼겹살이 떨어지지 않았다.


수육을 먹는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우리의 체중도 늘어갔다.

(크게 신경은 안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수육을 먹다가

내가 기막힌 레시피를

생각 해 냈다.


"자기야. 2차로 라면 먹자."


"좋지. 오빠가 끓이게?"


"어 내가 끓여줄게."


수육을 끓이고 남은 육수는

푹 삶은 돼지고기 기름과

간장이 적절하게

섞여있다.


간을 봤다.


안 짜고 맛이 깊다.

그리고 기름지다.


육수를 다시 끓인다.


신라면을 넣고

라면 수프는 반절만 넣는다.


끓는다.


이미 면은

돼지기름에

코팅이 되었다.


영롱하다.


돼지고기와 간장 육수에

라면 수프를 섞은 국물은

깊어도 너무 깊다.


여자친구가 먼저 한입 먹는다.


"오빠 이거 대박이다.

완전 일본 라멘 맛이야.

아니 그거보다 더 맛있어!!!"


"와 나 천재인가. 이거 진짜 맛있네.

메뉴 하나 개발했다 내가 하하"


"어 이거 팔아도 되겠다 진짜."


우리는 감탄하며 먹었다.


그리고 수육을 먹는 날에는

어김없이 육수에

라면을 끓여 먹었다.


두개.


이때는 몰랐다.


우리의 몸이

잘못되어 가고

있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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