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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May 31. 2019

동물이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이 좋을 리가 없지

요즘 수시로 잠이 온다. 무기력증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간의 과로로 인한 번아웃 증상이라고 해야 하나.

맛있는 것을 먹고 싶고, 사람은 별로 만나고 싶지 않고, 시끄러운 게 싫지만, 심심한 것도 싫다. 

쓰고 보니 정말 초이기주의적인  상태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을 만나 무언가를 하는 건 싫은데, 동물이 오는 건 어떤 시간에도 좋다.

어쩌면 안 올까 봐 걱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오는 아픈 두 녀석 흑돌이 와 초코는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봐야 하고 하루 종일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새벽이나 저녁노을 질 때 쯔음에 오는 참새들도 너무나 반갑다.

아참, 요즘은 박새나 뱁새 소리가 가끔 들려서 더 좋다.


애매한 저녁시간에 잠들었다가 깨서 동네 카페에 들어갔는데, 지난겨울부터 참새가 너무 많이 와서 짜증 난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참새가 집에 오지 않을까를 함께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마음이 든다. 지난겨울에 더 많은 공터가 건물을 올리는데 쓰였고, 올해는 우렁이 농사를 짓던 논 옆으로 넓은 길이 나게 되면서 그 논도 없어져 버렸기 때문에 참새들의 터전은 더더더 좁아졌다. 내가 처음 이 동네에 이사 왔을 때는 여름밤마다 맹꽁이가 뿌앙뿌앙하고 우는 소리가 났고, 어떤 날 밤에는 부엉이 소리도 들었던 것 같다. 우리 집 마당에도 개구리가 두 마리 살고 있으니... 딱 내가 원하는 그런 동네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차 소리, 공사하는 소리가 많아진 동네가 되었을까?


도시에 사는 먼지와 공해에 털이 거뭇거뭇해진 참새들을 보면서, 우리 동네로 와~ 우리 동네 애들은 보송보송하단다! 했던 말을 이제는 더 이상은 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좀 다 같이 슬렁슬렁 잘 사는 세상이면 좋겠다.


동물도 없고, 딱딱한 바닥에, 가짜 풀이 가득한 그런 세상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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