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
어린시절, 그렇게 부자는 아니었어도 우리가족은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가족이었다.
예쁜 엄마가 집에서 우리를 기다리며 맛있는 요리를 해주시고 아빠는 퇴근 하시면서 종이봉투에 사과며, 얇은 나무판 도시락을 노란 고무줄로 묶은 찐만두를 사오시기도 했다.
집에서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외출을 할때 엄마아빠는 항상 손을 잡고 다니셨다.
엄마아빠가 너무 다정한게 아니냐며 칭찬과 질투섞인 이야기를 하는 이웃집 아주머니들이 왜 저런이야기를 할까.. 싶기도 하고, 다정한 모습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순한 두분도 세상풍파를 많이 겪으시다보니 전보다 거칠고 서로 윽박지르는 일도 많아졌다.엄마도 엄마의 속도가 생기고 아빠도 아빠의 속도가 생겼기 때문이겠지. 당연히 같지 않은 따로의 두 사람이 상대방이 나와 같다고 믿어버렸기 때문에 생기는 실수였을까...
이번에 부모님이 우리동네로 이사를 하시면서 버려야 할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엄마아빠가 이것저것 열심히 정리를 하고 계신 와중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동네는 재활용장에 물건을 버리는것이 좀 깐깐한 편이라, 재활용장에 내다버릴것들을 분류하고 크고 투명한 비닐에 넣어서 가지고 나가야 한다. 큰 재활용더미가 네개나 되었는데 아빠는 노끈으로 묶어주면 네개를 모두 가지고 갈 수 있다 생각했고, 엄마는 두개씩 들고 나가면 되겠다 싶으셔서 그런 사소한 문제로 또 말다툼을 하셨다.
쓰레기를 내다 버리고 와서, 커피한잔을 하면서 아까의 불만들을 서로 또 이야기 하기 시작하는 부모님.
피곤하기도 하지만, 이런걸 이야기 하지않는게 더 문제이기도 할 것 같았다. 사실 노끈을 묶어서 가든, 두분이 봉지를 나누어 들어도 되는 아주 단순한 문제인데 왜 저렇까 싶었고, 싸움이 꽤 길어지고 언성도 높아졌다.
어느즈음 엄마가 갑자가 "아니, 그러면 내가 아까워서 그렇게 한거야?"라고 하니
아빠가 "당연하지!" 하고 소리를 높인다.
그러면 내가 아까워서 그랬어?
당연하지!!!
사랑해서 서로 화냈다니....
이 한마디로 온 가족이 깔깔 웃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좋아졌다.
하루종일 이 이야기를 하고, 엄마아빠도 서로 좀 더 부드럽게 이야기한다.
뭔가 잠깐 기다려주는 그 시간이 엄마아빠에게 필요했다.
조금만 더 친절하게 이야기 했으면 싸울일이 하나도 없다는걸 두분도 생각하신것 같았다.
엄마랑 아빠는 서로 사랑하고, 서로 잘 모르면서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었나보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라는 노래가사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