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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하여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

by Vegit

근래에 오래 알고지낸 사람이 죽었다.

말하자면 길지만, 어쨌건 오래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면서 너무 많은 기억을 함께 가졌으며 끊어낼 수 없는 인연이 있는 사람이기도해서 그의 죽음에 대해 또 그의 삶에 대해, 또 내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연세가 있는 - 어느정도 삶을 즐겼다 생각되는 - 분들의 죽음을 볼때는 영혼이 없는 덩어리만 남은 육체에 대한 슬픔이 컸었다. 술을 좋아하시던, 예술가를 추켜세워주시던 어르신의 모습을 생각하고 오랫동안 병마에 시달리시다가 이제는 덩그러니 남아버린 생명의 기운이 없어진 몸뚱이만이 남은 어르신을 보며 사람의 삶이 얼마나 허무한가 생각하고 눈물을 흘렸다. 나이가 많은 유명한 분들의 죽음을 접할때는 그의 행보와 평판에 따라 아쉽고 슬플때도, 또 그 반대의 생각 - 이제야 가다니와 같은 못된 마음- 이 들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달랐다.

너무나 순식간에, 아무도 생각지 못한 죽음이라서 그리고 그사람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아직 죽을때라고 생각지 못한 젊은 사람의 죽음은 더 안타깝고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가 살아왔던 방식, 과거의 행동이 그의 죽음이 이유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나를 포함한 어떤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또 주고 책임지지 않고, 자기가 하고픈일들만 하고, 거짓말로 사람을 유린한 사람이었다. 그래놓고 항상 피해자는 자신이라고 자신이 가장 이해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 서있는 누군가에겐 세상 좋은 사람이었으리라.


죽음은 모든것을 잊게하고, 모든것을 세상에 내놓는다.

숨기려고 한 문제들도 죽어버리고 나면 숨겨지지 않는다.

진행하던 모든 비밀스런 계획은 죽음이라는 문앞에 무너져내린다.


결국 남은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의 삶에 대해 평가를 하게 되겠지.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가 죽었을때 어떤 평가가 내려지면 좋겠는지 생각한다.

무색 무취여도 좋고, 밝고 경쾌한 색상에 향기가 나도 좋겠다.

남겨진 사람들이 허망하고 또 허망해지는 죽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잘 살아야지. 그리고 마무리도 멋지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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