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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Feb 28. 2020

정신과 시간의 텃밭

봄준비는 계속된다

바깥활동이 멈춰져도 작업실과 집에서는 할 일이 많다. 

원래는 경운을 안하고 흙 힘을 살려서 농사를 해야한다지만, 작업실도 작년 처음 제대로 농사를 한것이라 올해는 퇴비를 좀 섞고 흙을 영양있게 만들기 위해서 이번엔 경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호박과 수박을 키우는 쪽은 흙자체가 힘이 너무 없어서 여기는 좀 더 강력한 방식의 흙살림이 필요하달까?


흙 뒤집기를 안할수도 있었지만, 코로나19를 잠시라도 잊기위해 조금 열심히 밭정리를 해보자는 마음이 더 컸다. 면역력이 중요하다고 하니 근육을 쓰는것도 좋겠지. 얇은 호미를 들고 밭을 갈면서 마음이 안정이 되고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닭들이 만들어놓은 양질의 퇴비를 섞으면서 올해 뭘 심을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호미로 흙을 깊이까지 파다보니, 반들반들 보들보들한 것이 보인다. 살이 통통하게 찐 애벌레를 발견했다.

딱딱한 흙 덩어리 안쪽에 쿨쿨 잠을 자고있는 벌레들, 얘들에겐 미안하지만 닭들에게 선물한다. 

올해는 알을 일찍 낳기 시작해서 벌레같은걸 주면 더 신나하는 닭들. 지금이 제일 반들반들 예쁠때다.



엄청 큰 애벌레도 여러마리 잡았다. 



애벌레는 거의 은닭이에게 준것이나 다름없다. 은닭이가 알을 품어 크림이와 까막이가 닭이 되었는데도, 장미닭 계열인 은닭이 체구가 작고 지들과 다른 종이라는걸 아는 배은망덕한 두녀석에게 쪼임을 당하는게 속상해서 은닭이만 불러서 맛난것들을 먹이게 된다. 은닭이는 하얗고 보들보들한 애벌레는 냉큼 집어먹지만, 우글우글 모여있던 작고 진한 회색의 벌레는 먹기싫지만 먹어준다는듯 조금 주저하며 나중까지 두었다가 먹는다. 흙을 뒤집는데 옆에와서 기다리고 있는 은닭이가 너무 귀엽다. 

까막이 크림이 은닭이


올봄에서 너무 더워지지 않은 여름까지, 애들이 알을 잘 낳아줬음 좋겠다.

나도 열심히 푸성귀들을 키워서 닭들과 나누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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