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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Apr 13. 2020

모종 크는 속도가 다르다

봄이 오나 봄

오전에 을밀텃밭에 갈라치면 바람이 너무 불고 추워서 두꺼운 방풍 트레이닝 바지에 목폴라를 두겹 겹쳐입고 후드티까지 입고가는데, 풀들이 크는걸 보면 확실히 봄은 봄이다.

지난주엔 잎만 무성했던 딸기들이 하얀 꽃을 뽐내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개미들이 열심히 이꽃저꽃 돌아다니며 꿀을 따고 있다. 올해는 개미들 덕분에 딸기를 따먹을수 있게 될거 같구나 생각하며 사진을 이리저리 찍어보았다. 벌들도 민들레와 딸기꽃 주변을 웅웅 날아다니다가 열심히 꿀을 딴다. 민들레가 꽃다발처럼 무리지어 피어있어서 더 환하고 예뻐보였다.



이번주에는 콩들을 심었다. 을밀님이 여러가지 씨앗을 준비해와서 나눠주었는데 커다란 작두콩, 먹어보고 깜짝 놀란 자주동부콩, 얼룩제비콩을 심었다. 얼룩이 있더라도 이콩 저콩 다 조금씩 다르다. 색이 다르기도 하지만 길쭉한 콩, 통통한 콩, 납작한 콩 뭔가 같은것 같기도 다른것 같기도한 콩들이 있다. 사실 제일 예쁜콩은 완두와 제비콩이라고 생각하지만, 콩은 심으면 심을수록 보석같고 예쁘다. 매년 넝쿨관리를 잘 못해서 올해는 콩심을 생각은 못했는데 을밀님한테 배우고 지주세우는것도 열심히 공부중이니 애호박이며 오이, 콩까지 잘 해보려고 욕심내고 있다.


겨울을 난 아욱잎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당근잎은 힘이 더 좋아졌다. 지난주 뿌린 상추씨들은 비가 안와서인지 영 소식이 없지만, 비가 오고 날이 더 좋아지면 얘들도 안녕! 하고 인사하는 날이 오겠지. 


도라지 싹과 우산나물 싹이 나왔다. 도라지도 우산나물도 처음봤는데 솜털이 보송보송한 우산나물이 어떻게 커질까 기대되고, 지금 모습도 너무 귀여워서 요정이 사는 동네에나 있을 식물이네! 라고 생각했다. 저렇게 머리를 쏘옥 내밀고 나올때 얼마나 힘을 영차영차 냈을까 생각하면, 작은 식물들이 대견하고 또 지금 나오는 싹보다 더더더 작은 씨앗이었을때를 상상해보면 지구와 생명의 에너지에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된다.


을밀님이 고추씨넣기를 해서 나도 몇알 얻어왔다. 제발 싹이 트면 좋겠는데 집에서 모종낸 토종가지, 쇠뿔가지, 유월초고추 중엔 쇠뿔가지만 두개 나왔을뿐 다른애들은 소식이 없다. 다만 희망적인것은 얘들 씨넣기 한 기간이 무척 길었다는것. 2월 말엔가 3월 초엔가 넣은애들인데 이제 싹이 트는걸 보면, 뭔가 조건이 맞으면 얘들도 신호를 보내줄지도 모른다. 


꽃이 피려는 파들도 꽃이 펴버린 루꼴라도 예쁘다. 초록과 보라의 조화가 보석같은 느낌을 준다. 

흙위에서 자기 삶을 열심히 살고있는 식물들. 게으른 나를 반성하며 이렇게 또 봄이 옴을 감사하게 된다. 

우산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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