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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May 11. 2020

더 많은 작물을 심고싶어서

칡을 제거할 수 있을까?

작업실 옆에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땅이 있다. 전에는 이곳에 동네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도 했다는데 주변에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원래 살던 부지런한 분들은 모두 이사를 가버리고 동물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은 만큼 칡과 아카시아로 덮여있는 작은 산. 반대편에는 멋진 상수리 나무가 있고 칡덩굴로 아무도 오지않으니 여름내내 꾀꼬리가 놀러오는 곳이다.


올해는 칡을 좀 정리하고 작물을 심어보기로 했다. 칡을 정리하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덤불들을 잘라서 한쪽으로 밀어놓고, 뿌리를 캐기로 했다. 뿌리를 캐는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친구들 도움을 받았다. 

힘이 센 친구들이 엄청 두껍고 갈래갈래 나 있는 칡뿌리를 자르고 파내주었다. 칡에겐 미안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가다간 잣나무도 상수리나무도 모두 죽는다. 여름이 되면 칡덩굴이 나무로 타고 올라가 애들을 옭아매기때문이다. 어쩌면 이렇게 잘라도 또 새로운 줄기를 뻗어 나무위로 타고 올라갈지도 모른다.


사실 칡뿌리보다 더 심했던건 흙속에 파뭍혀있던 쓰레기들이다. 음식물을 먹고 남은 비닐봉지며 은박지, 농사에 쓴 노끈, 잡초가 올라오지 말라고 덮어두었던 비닐까지 칡을 캐는것보다 쓰레기를 캐는게 더 힘들었다. 오랫동안 땅속에 뭍혀있던 쓰레기들은 조각조각나며 찢어지기 일수였다.

흙을 더 비옥하게 만드는 퇴비비닐까지 나오는걸 보며, 건강한걸 키워서 먹으려고 하면서 땅을 오염시킨 사람들이 미워졌다. 

비닐은 여기서도 나오고 저기서도 나오고 있다. 아무리 치워도 계속 나와서 한숨이 푹푹 나온다. 마대자루 하나를 아예 비치해두고 쓰레기가 나올때마다 치우고 있는데, 커다란 비닐이 흙안에서 뽑혀나올때 흙이 숨을 쉬게 되는것 같아서 내 기분도 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주변 모두가 친환경 농사를 짓고있으니 그게 기본인 줄 알았는데, 땅에서 계속 쓰레기를 수확하고있다니.

그래도 내가 지금 고생하는것이 땅과 환경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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