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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May 12. 2020

칡덩굴 속엔 비밀이 있었네

칡 제거는 계속 된다

칡을 제거하고 땅을 쓸모있게 만드는 과정은 만만치가 않다.

작은 언덕의 능선처럼 된 부분의 칡뿌리와 줄기는 남기고 앞 뒤의 칡만 제거한다. 능선의 덩쿨들이 새들의 안식처가 되기 때문이다. 저녁노을이 질때쯤이 되면 뱁새와 박새들이 떼로 몰려와서 그곳에서 자기들끼리 놀기때문에, 가능하면 새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은 건드리지 않는다. 제거하는데에도 무언의 약속같은게 필요한데, 동물들이 터널로 사용했을법한 곳은 그대로 둔다. 자기들의 길이 갑자기 없어진다면 얼마나 겁이 날까 싶어서 조심해서 구역을 나눈다. 이렇게 동물들의 덩쿨숲을 그대로 두고 칡을 제거해나가다보면 뿌리를 제거하기 위해 삽으로 흙을 파낼수밖에 없다. 흙안에서 칡뿌리 정도만 나와주면 다행인데 별의 별 쓰레기가 다 딸려나온다.

고장난 어린이용 우산, 바닥이 떨어져버린 신발, 라면봉지는 기본이고 집을 짓고 버린 시멘트 덩어리까지 마대자루에 버리기 싫어서 땅에 묻어버린 것들이 엄청나게 나왔다. 누군가 옛날에 이집에 살던 사람이 만들었던 예쁜 농장 팻말도 발견했다. 이렇게만들어 두고선 왜 이렇게 버렸는지 이해는 잘 되지 않지만.


버릴것들을 마대자루에 담고 다시 또 칡을 캐서 버리는 작업을 계속 한다. 봄이 되니 점점 잎 나는 속도가 빨라지고 뭔가 뿌리들도 부드러워졌다. 매일 흙을 팠다가 다시 덮었다 해서인지 뿌리도 전보다 잘 뽑힌다. 

칡을 제거하고나니, 덩굴속에서 기를 못펴고 있던 산딸기 나무들이 손바닥만한 잎을 내놓는다. 덩굴에 덮여있을때는 이런 나무들이 있는줄도 몰랐는데, 신기할 따름이다. 얘들이 하얀 꽃을 피우고 빨간 열매를 맺으면 더 신날것 같다.


땅에도 모르는 식물들이 싹을 내민다. 세개의 잎이 나오는것과 코브라처럼 머리를 내미는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얘들의 이름은 '반하'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끼무릇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 한약재이면서 아주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좀 무섭기도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쩐지.. 흙을 파낼때 자꾸 조그마한 구근들이 나와서 이게 달래나 부추의 씨일리는 없는데 뭘까 궁금했었다. 끼무릇의 구근이 여기저기 퍼져있었구나!


끼무릇. 세개의 잎이 피는 줄기와 꽃이 피는 줄기가 따로 나온다.


덩굴을 제거해서 해가 잘 드는 곳엔 이 끼무릇 가족들이 엄청 올라오고 있다. 금새 뾰옥 하고 올라와서 금새 잎사귀를 짠! 펼친다. 그동안 어떻게 참고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을정도로 쑥쑥 자란다. 


달래와 부추, 반하와 산딸기나무가 자라는땅. 

내가 심고싶은것들도 심지만 원래 살던 식물들도 그대로 둔다. 땅은 전보다 숨쉬기가 더 좋아졌을테니 더 건강한 땅이 될것 같고. 식물들은 날이 따뜻해질수록 더더더 잘 자라겠지? 

잣나무와 상수리나무도 훨씬 건강하게 자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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