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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May 13. 2020

씨앗이 사람을 알아보나봐

을밀의 모종은 왜이리 이쁠까

텃밭에 하나 둘씩 모종을 가져다 심는 시기가 되었다.

나도 열심히 모종을 냈고, 을밀님도 열심히 모종을 냈을것이다. 워낙 오랫동안 찬찬히 공부하고 꾸준히 공부하며 농사짓던 사람이라 그런지 예쁘고 튼실한 모종을 가지고 온다. 자람새도 담겨있는 모양새도 다르다. 내 모종들이 뽀빠이의 여자친구 올리브의 느낌이라면, 을밀님의 모종들은 반짝반짝 금새 변신한 변신요정의 느낌이다. 어떻게 이렇게 했냐고 물어보면 그냥 씨뿌리면 알아서 큰다고 하는데.. 저기요, 저도 씨 뿌리고 물 주고 하거든요! 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예쁜 꽃도 허브도 그리고 토종 작물들도 돌보고, 잡초하나 땅에서 나온 벌레 한마리 허투로 하지 않는다. 벌레도 풀을 먹게해주고 잡초도 다뽑지않고 뿌리를 남겨두기도 하고, 잘라낸 잡초는 땅을 덮어준다.  하나도 버리지 않는 농사를 짓는 친구옆에서 어깨너머로 배우는 농사가 즐겁고 소중하다. 


다양한 씨앗을 뿌리고 나에게도 남겨준다. 나는 그걸 가져와서 칡을 제거한 산에도 뿌리고 작은 텃밭에도 뿌린다. 매번 베풀어주는 을밀님한테 나도 뭔가 답례를 하고 싶은데 매번 실패하는 느낌이랄까.


농사는 꾸준하게 길을 걸어가는 느낌으로 해야겠다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마음이 조급해진다. 좋은 사람들을 닮고싶고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건 좋은거지만. 

완두꽃
뿔시금치


앉은뱅이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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