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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Aug 05. 2020

비가 계속 온다

장마를 잊고 살았던것 같아

비가 오고 오고 오고 또 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름=폭염으로 생각했었는데, 올해는 여름엔 강력한 장마를 온몸으로 느낀다. 사람들은 습한 날씨를 못견디고 에어컨과 제습기와 보일러를 사용해서 집을 뽀송하게 만들고, 뉴스에서는 산사태라던지 길 끊김, 재해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해주고 있다. 마침 또 휴가철이라 여행을 가서 위험에 빠지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은것 같다. 


비가 이렇게 오지만, 우리동네는 다른 지역에 비해 비 피해가 적은편이다. 마당에 나가보면 식물들은 하염없이 자라고 있다. 잎사귀들을 더 커다랗게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싹을 틔우기도 한다. 축 쳐져있으면서도 생기있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마당의 토마토 줄기들도 키를 있는대로 키우면서 꽃피울 준비를 하고 물을 한껏 머금은 자작나무 가지가 기울어져 집 벽을 두드리려고 하고 있다. 지난 가을 전지를 해주지 못한 내 탓이지만, 한편으론 가지가 많아서 물을 더 흡수할 수 있어서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작년 가을, 이사와서 심은 꼬마사과나무 두그루는 올 봄 꽃을 하나도 피우지 않고, 잎사귀도 부실했었는데, 비를 맞고나서 더 잎을 많이 펼치고 있는것 같다. 사과나무는 뿌리를 내리고 싶어서 흙이 부드러워지길 기다렸나보다. 

 

토마토는 비에 엄청 약한 작물이다. 토마토 줄기들이 비를 못견뎌 올해 토마토 농사가 걱정이라는 지인들의 글을 보기도 했었는데, 역시 작업실의 토마토와 상추, 다른 작물들 상태가 온전치는 못하다. 오늘 또 비가 많이 오고 태풍까지 오면 앞으로의 일은 장담할 수 없어진다. 사람이 자연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너무 많은 피해가 없기만을 바랄뿐이다. 올 봄, 씨앗을 싹틔워 키워낸 몇가지 허브들도 가까이 가보면 줄기가 노랗게 되고 나쁜 냄새가 조금씩 난다. 버섯들도 여기저기 많이 자라고, 비를맞고 머리가 움푹 패인 아이들도 보인다. 귀여운 버섯들이 바위같이 여기저기에 있는것이 귀엽기도 하다.


이름은 모르지만 귀여운 버섯들


얼마나 비가 많이 왔는지, 작업실 마당에도 물이 첨벅첨벅하게 고이고, 닭장엔 호수가 생겨서 물그릇이 둥둥 떠다니기까지 했다. 사람이 돌봐주는 동물들도 힘들지만 집이 없는 동물들은 더 힘들것 같은 생각이 든다. 처마밑이나 현관에라도 애들이 와서 쉬어주면 좋으련만, 어디서 어떻게 하고있는지 걱정이 된다. 


기상청 예보를 보니 곧 또 폭우가 쏟아질 것 같다.

배수구를 확인하고, 낙엽을 한쪽으로 치워주고 안전하게 집에 있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둔다.

자연을 이길 수는 없지만, 대비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비가와도 마당은 초록초록, 폭우가 쏟아지면 길이 물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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