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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Apr 21. 2021

올해도 합니다, 텃밭.

틀밭을 만들자

텃밭을 매년 하고 있지만 하면 할수록 즐겁고 하면 할수록 어렵다.

예전엔 꽃시장이나 농협에서 씨앗을 사다가 뿌려서 그걸 수확해 먹었다면 이제는 주변인들이 키워낸 작물의 씨앗을 얻어서 뿌리고 가꾸고 수확해서 내가 그 씨앗을 가지고 있다가 이듬해 심는다.


아마 나 혼자 이걸 하려고 했으면 이미 적당히 하다가 흐지부지 되었을텐데, 이렇게 꾸준히 하고 있는건  주변의 토종농사 선배님들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올해는 텃밭의 크기를 엄청 늘렸다. 

무엇을 심을지 결정하기도 전에 틀밭의 모양부터 고민했다. 모양을 상상하고 그 모양대로 만드는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두둑을 높게만들고 모양을 만들면서 묵은 거름을 흙에 충분히 넣어준다. 아마 혼자라면 못했을건데 텃밭친구 을밀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을밀이 오래 해 온 밭은 한겨울에도 아름답다. 겨울을 나며 더 멋져지는 식물들과 봄을 기다리며 마른 줄기를 가지고 있는 식물들이 아름답게 살고있다. 이 땅속엔 개구리와 곤충들이 살고 있는데, 틀밭을 만드는동안 잠자고 있는 개구리들을 몇마리나 발견해서 놀라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이렇게 따뜻한 4월, 경칩도 한참 지났는데 아직까지 개구리들이 자고 있다니..

깨운 개구리들은 안전한곳의 흙을 파서 다시 잠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삽과 곡괭이로 밭을 만들면서 생각한다. 기계로 갈아버리면 여기 개구리랑 두더쥐, 곤충들은 다 죽겠구나.가능하면 흙을 뒤집지 않고 농사지어야 하는거구나.

흙속에 살고있는 녀석들 중엔 뿌리를 갉아먹고 잎을 먹어치우는 벌레가 될 애벌레들도 있지만, 개구리나 다른 벌레들의 먹이가 되고 꽃가루를 옮겨주는 역할도 하기때문에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들도 먹고 살아야 생태계가 바르게 순환되니, 내가 지금 키우고 있는 아이들을 벌레먹은 잎 없이 깨끗하게만 키워내겠다는 욕심을 부려서는 안되는거다. 그리고 언젠가 먹이사슬이 잘 정리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 


틀밭을 다 완성하기도 전에 머릿속으로는 수확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좀 우스워졌다. 하지만 작업이 너무나 고되서 이런 상상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을것 같았다. 내가 지금 보고있는건 너르고 무거운 흙뿐이지만 땅아, 흙아! 내가 곧 너희들에게 멋진 친구들을 소개 할게. 조금만 기다려라를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틀밭위의 거름을 갈퀴로 고르게 펴준다. 


틀밭은 3일에 걸쳐 완성했다. 

다 만들고 나서는 고랑에 돗나물을 퍼와서 여기저기 심었다. 아마 고랑과 경사면이 마르는것을 이 돗나물들이 막아줄거다. 물론 모든 고랑으로 빠르게 퍼지지는 않겠지만, 돗나물이 예쁘게 밭을 만들어줄거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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