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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Dec 31. 2020

2020년 결산

올해의 나를 되돌아보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그 누구보다 심한 나에게, 2020년은 잘 기억이 안나는 한해이기도 하다.

무서운 상황에서의 기억은 더 선명한 기억과 차단된 기억 두가지로 나뉜다. 올해는 조각조각 없어진 퍼즐이 많은 한해인것 같다.

다른 사람들보다 미리 겁먹어버려, 일찍 더 많은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러다보니 새 일을 만들기 위한 접점을 만드는건 불가능했다.

코로나로 인해 데드라인이 엿가락처럼 늘어나버린 일들을 처리하고 - 일정이 늘어나도 비용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 질병관리청의 브리핑을 매일 찾아듣는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한 해였다.


그런 와중에도 몇개의 재미있는 작업과 교육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낸 한 해였다.


1. 서울식물원 주제정원 리플렛

코로나로 인해 일정이 좀 늘어져버렸고,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림도 더 많이 그리게 된 프로젝트다.

소개된 20여개의 나무들을 라인 일러스트로 그리면서, 나무에 대해 더 공부하고 내 그림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 프로젝트.

서울식물원 온실 지도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그러면서도 내 스타일을 잃지 않았다.

이야기가 살아있고 지형지물이 명확한 지도. 차후 식물원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지도가 칭찬을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정말 뿌듯했다.


2. 고양시 도서관센터 “고양책길지도” 리플렛

내 책을 읽으셨던 담당주무관님이 고양시의 책방과 도서관들을 소개하는 지도를 만들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는데

내가 더더더 흥분해서 열심히 하게 된 재미있는 프로젝트.

고양시 전체를 단순화해서 그리면서보니, 농지나 숲이였던 곳이 얼마나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알수있었다.

뒷면의 도서관과 책방소개 부분이 너무 단순하고 밋밋할까봐 도서관과 독립책방을 내멋대로 그려넣었는데, 그것마저 좋아해주셔서 더 기뻤던 프로젝트다.

고양책길지도가 예쁘고 쓰임좋게 만들어져서 다양한 미디어에서 소개되어 더 기뻤다.


3. 고양시 책잔치 포스터와 영상용 일러스트

아마 고양책길지도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프로젝트.

프로그램들을 연상하게 하는 몇가지 주제들이 한 화면에 어우러지게 그리는게 목표였다.

중간중간 도서관을 이용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그려넣어 나름대로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표현했다고 생각되는 프로젝트.

나는 사실 노년층의 활동이 좀 더 잘 드러나길 바랬는데 영상에서는 젊은 사람들에게 포커스가 맞추어져있어서 좀 아쉬웠지만

한컷의 그림이 움직이게 된 것을 보고 신기하고 고마웠던 프로젝트였다.



4. 서울식물원 주제정원의 나무 소개 일러스트 작업과 책 디자인

주제정원은 온실과 다르게 한국의 나무들이 아름답게 구성되어있는 공간이다. 그중 30여개의 나무를 선정해서 소개하는 책자를 만들기 위한 그림작업을 했다.

리플렛에 사용된 라인 일러스트와 추가적으로 그린 라인일러스트, 컬러 일러스트등을 그렸다. 하나의 나무당 3개정도의 그림이 그려졌다.

책으로 완성되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지만 돋보기를 들이대며 자세히 나무를 관찰하는 시간도, 바깥으로 쭈욱 빠져나와 하나의 큰 정원을 만들듯 디자인하는 시간도 소중한 프로젝트다.

지치지 않고, 끈기있게 프로젝트를 마무리 해야지


5. 베짓 2021 캘린더 제작, 판매

사실 캘린더 제작을 하고 선물을 넣어 포장하고 나면 남기는 커녕 손해에 가깝다.

하지만, 인스타에서 내 그림을 좋아해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겐 무엇을 해드려도 아깝지 않지.

올해 텃밭생활을 그리고, 그것을 달력으로 만들었다. 




** 생활의 프로젝트들

1. 텃밭

올해는 을밀님과 함께 텃밭을 했다. 비가오는날도 해가 쨍쨍 내리쬐는 날에도 토요일 오전이면 밭에 갔다.

한번은 폭우가 쏟아져 온몸이 다 젖어서 돌아왔지만 비를 철철 맞으면서 농사를 짓는것도 재미있었다.

완전한 유기농 농사. 호미와 부추낫으로 짓는 농사. 을밀님이 모아둔 씨앗을 뿌리고, 잡초를 뽑고, 열매를 수확한 한해가 소중했다.

2021년엔 을밀님과 함께 짓는 밭의 크기를 훨씬 넓혔다. 더 잘 해내는 한해를 만들고 싶다.


2. 작업실 텃밭

2020년은 비가 많은 해였어서, 작업실 텃밭은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뒷산 텃밭의 콩과 검은깨는 성공이었고, 수수도 여기저기 제멋대로 멋지게 자랐다.

2021년엔 좀 더 순서를 잘 정해서 작물을 심어야지.




3. 마당텃밭

마당텃밭은 올해를 끝으로 정원으로 변신하기로 했다.

마당은 해가 작업실만큼 들지 않아서 정원으로 가꾸는것이 훨씬 낫다는 판단이 든다.

허브와 작약, 구근식물등으로 아름답게 꾸미고 지금 있는 사과 나무 두그루와 자작나무 두그루, 목련과 남천을 더 멋지게 관리해야지





작업들을 하느라 개인 작업은 조금 소홀했던 한 해지만,

그래도 식물들을 더 세심히 관찰하면서 작업의 주제를 조금더 확장한 한 해였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부지런히 성장하는 한 해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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