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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Apr 24. 2021

4월은 아직 춥군요

틀밭을 만들자

한낮의 날씨가 20도를 훌쩍 넘고, 딸기꽃이 여기저기 아름답게 피었는데 텃밭일을 하다보면 손과 볼이 얼고 콧물이 난다. 콧물만 아니라면 정말 기분좋은 날씨일텐데 콧물이 흘러내릴까봐 계속 훌쩍거리며 밭일을 하게 된다. 누군가 소리로만 들으면 울면서 밭일하는 불쌍한 사람처럼 생각할지도 모른다. 

4월초의 밭은 쨍하고 차가운 공기와 따끔거릴정도로 따뜻한 햇살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추운데도 내 얼굴은 까맣게 타고 있겠지. 


밭일을 하다보면 겨우내 쌀겨가 덮인 흙 속에서 따뜻하게 쉬며 통통하게 살이오른 벌레를 만나기도 하는데, 이럴때마다 우리집의 닭들이 생각난다. 얘네들을 잡아다가 우리 애들 먹이고 싶은 마음이랄까? 하지만 종종 신선한 배추며 과일조각, 유기농 빵조각 같은걸 먹는 우리 닭들은 신선하지 않은 상태의 벌레들은 좋아하지를 않으니 무턱대고 잡아가는것도 필요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완성된 틀밭에 뭘 심을까 고민하다가 옆밭 언니한테 얻은 고수와 상추를 옮겨심는다.  일찍 튼튼하게 자란 꼬마 식물친구들을 심으면서 반가워! 앞으로 잘 부탁해! 라고 인사했다. 

상추옆에 몇가지 특별한 모양의 상추씨앗들과 고수씨앗을 뿌리고 가방에서 발견한 묵은 루꼴라 씨앗과 아욱씨도 뿌렸다. 씨앗이 나오고 싶으면 나올것이고 안나올만 하면 안나오겠지. 모든것은 씨앗의 뜻대로   이루어질것이다. 


처음에 씨 뿌릴땐 작은 씨앗이라 이게 뭐 얼마나 되겠나.. 하다가도 발아가 되고 잎이 커지기 시작하면 항상 공간이 모자란다. 매년 봄마다 계획을 세우면서, 올해는 정말 욕심안부리고 농사지을거야! 라고 마음 먹지만 짓다보면 밭이 가득 차서 포화상태가 되도록 이것저것 심고 준비하게 된다.  

심고, 농사노트에 그려둔 지도에 무엇을 어디쯤 심었는지 표시해둔다. 딱 그위치는 아니어도 이정도로 그려놓으면 다음번에 다른 식물씨앗을 같은 자리에 뿌리지는 않을테니 정성스럽게 표시한다. 


틀밭의 경사면에 메리골드와 자스민, 허브같은것들을 옮겨 심었다. 평평한 윗면뿐만 아니라 경사면 고랑까지 초록초록하게 만들 계획이다. 틀밭의 두둑을 높게 만들었더니 이웃밭의 분들이 “그렇게 두둑이 높으면 흙이 다 마른다니까! 어쩔려고 그래!”라고 걱정을 해주셨는데 나는 사실 그렇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매년 해보는 새로운 경험이 배움이 될것 같기도 하고, 또 모험을 해보는것도 즐겁다. 경사면을 식물들로 잘 채워두면 생각보다 흙이 덜 마르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고 토분을 이용해서 천천히 물 줄 방법도 생각해본다.


뭐든 하면 되는거고, 아직은 봄이니까 해볼 수 있는 일은 많다.

텃밭에 오면 용기가 생긴다. 그것이 바로 자연의 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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