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더 잘 할 수 있겠지
나는 가꿀 텃밭이 여러개다. 주말마다 가는 텃밭이 있고, 또 언제든 매일 가서 가꿀 수 있는 작업실 텃밭도, 집에 작은 마당도 가꿔야 한다. 요즘은 돈 버는 일보다도 텃밭을 가꾸는데에 더 많은 정성과 시간을 쓰고있다.
작업실 앞마당에는 작년겨울 동료가 멋드러진 비닐하우스를 쳐주어 겨우내 토종 무우와 뿔시금치가 내 키만큼 커다랗게 자라 꽃을 피우고 있다. 또 집 옆에 있는 칡과 아카시나무, 산딸기 덤불로 덮여 아무도 발디디지 못할것 같던 언덕배기를 작년 봄부터 개간해서 15평정도되는 추가 텃밭을 가지게 되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하루종일 해가들고 주위로 상수리나무와 비자나무, 잣나무 같은 녀석들이 빙 둘러있어서 새소리를 들으며 밭일을 하는 행복을 맛볼 수 있다.
덤불 사이로 새들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고양이와 꿩도 가끔 지나가는 텃밭.
계절에 따라, 또 생태의 변화에 따라 텃새들의 지저귐도 달라진다.
작년에 친구에게 나무를 하나 선물해달라고 졸라서 내 키보다 조금 작은 수양벚꽃 묘목을 선물받았는데, 이 언덕배기 텃밭의 해가 잘 드는곳에 심어두고 매일 매일 안녕안녕 인사를 하며 사랑과 물, 거름을 주었더니 올해는 분홍의 아름다운 겹벚꽃이 가지마다 아름답게 피었다.
작년에 마당에서 옮겨심었던 부추들이 늠름하게 자라 있다. 아마 그 부추 주위로 다시 작은 부추들이 자라나겠지. 여기저기 뿌려두었던 - 새도 먹고 운이 좋으면 뿌리를 내리기 바랬다 - 당근도 자라고 있다. 밭 정리를 하다보니 작년에 심고 수확했는데 미쳐 찾아내지 못한 콩들도 여기저기 흙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 애들이 올해 얼마나 멋지게 자라줄까 상상하는것도 즐겁다.
아직도 땅속에 남아있는 칡뿌리들을 제거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힘쎈 친구가 도와주니 생각만치 힘들지는 않다. 이렇게 열심히 뿌리내리고 있었던 녀석들을 제거하는게 조금 미안하지만, 칡을 제거하고 나서 그동안 있었는지 몰랐던 조팝나무에 꽃이 핀걸 보고 정리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칡과 아카시나무가 엉켜있어 돌봐주어야 잘 크는 나무들이 숨죽이고 있었나보다.
칡과 아카시아는 이제 자기 구역에서만 열심히 자라야한다. 그래야 이웃의 다른 식물들도 행복하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으니.
올 여름엔 칡꽃과 아카시꽃을 얼마나 만날수 있을까?
벌써부터 아름다운 향기가 그리워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