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텃밭 이야기
언덕배기 텃밭에서 칡정리를 하다가 돌을 캐다가 보면 귀에 익지않은 새 소리들이 들린다. 여태까지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새소리를 듣고 그 새가 무슨 새일까 궁금해하는 일이 잦아졌다.
보통 사람보다는 훨씬 더 새를 잘 구분하게 되었는데도 아직도 모르는 새가 너무나 많다.
새의 크기도 꼬리의 모양이나 부리의 모양, 몸의 생김새를 유심히 봐두었다가 새도감을 찾아보곤 하는데 항상 다 찾아내는건 아니다. 게다가 높은 나무 꼭대기에 앉아서 예쁜 목소리로 우는 새들을 정확하게 알아보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소리만으로 검색해서 새를 알아맞출 수 있는 앱서비스는 없나?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새박사님들이 부러운건 너무나 당연한 마음이고.
해가 지날 수록 물까치가 늘어 가는 느낌이다. 까치나 까마귀는 까악 까악 소리를 내는데 물까치는 전자오락에서 들을 수 있는 뿅뿅뿅- 하는 전자음같은 소리를 낸다. 하늘색과 까만색, 하얀색 야구복을 입은것 같은 외모라 보기에는 너무나 귀엽고 예쁜데, 팀을짜서 다른 새들을 몰아내는걸 보면 이녀석들, 너무 하는거 아니야? 란 생각이 든다.
언덕배기 텃밭에 있는 커다란 상수리 나무에 까치가 집을 짓느라 며칠을 고생하는동안 동네가 시끄러울정도로 요란했다. 이 집을 빼앗으려는건지 아니면 까치가 거기에 집 짓는것 자체가 불쾌한 일이어서인진 잘 모르겠지만, 요즘은 까치들끼리도 싸우고 물까치떼와 까치떼가 서로 싸우기도 해서 히치콕 감독의 새가 생각이 날때도 있다. 너무 싸워서 무섭거나 시끄러울땐 “야-니들 좀 조용히해!”라고 소리치거나 까치나 물까치 소리를 흉내내서 애들을 놀래키기도 한다. 사람이 지들 말을 따라하는게 당황스러운건진 몰라도 약간의 효과는 있는거같다.
산뒤쪽의 동네는 나무를 다 베어내고 새로 아파트를 짓고 공원을 만들고 있다. 나무가 없어질때마다 저기 사는 동물들은 어떻게 되는걸까.. 생각하곤 한다. 가능하면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을 좀 더 고민해주면 좋을텐데 모든것이 시간과 돈에 밀린다.
요즘은 딱따구리 녀석들이 나무에 자주 들른다.
덩치 큰 오색딱따구리도 반갑지만 박새만큼 작으면서 오색딱다구리와 똑같은 옷을 입은 쇠딱다구리가 더 반갑다. 조그마한 녀석이 얼마나 뽈뽈뽈 나무를 귀엽게 타고 오르는지 그걸 한참을 보고 서있는 내가 우습다. 크기가 작은 새들은 겁도 그만큼 많아서 사진으로 그 귀여운 모습을 남기는것이 너무 어렵다. 아마도 계속 움직여서 큰 동물들의 위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려는것 같은데, 그 모습이 귀엽다가도 안쓰럽기도 하다. 여기는 널 괴롭힐 사람이 없으니 천천히 편하게 놀고 쉬렴- 말해주고 싶지만 있는걸 모르는듯 각자 삶을 사는게 서로에게 가장 좋은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늘이 노을을 만들 준비를 할때쯤이 되면 작은 새들이 작업실 근처로 많이 날아온다. 뱁새와 박새, 참새들이 잠자리로 돌아와서 자기들끼리 하루종일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는것 같기도 하고, 새순으로 저녁식사를 하는것 같기도 하다.
어릴적 하루종일 밖에서 놀다가 무릎팍이 깨진채로 저녁먹으러 들어가는 길, “아.. 오늘 너무 많이 놀아서 엄마한테 꾸중듣게 되려나..” 하며 집으로 걸어가던 그때 동네 어귀의 나무속에서 나던 참새들의 합창이 생각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