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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May 11. 2021

봄에는 보약이 필요없지

텃밭의 즐거움

겨울동안 텃밭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죽지않고 잘 살아남아 봄의 선물이 되는 식물들이 있다. 

쑥과 부추, 냉이, 달래, 시금치 같은 녀석들인데 올해는 어영부영하다가 쑥 뜯을 시기를 놓쳐버렸다. 어쩌면 쑥을 지금 뜯어도 늦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아직 괜찮은 쑥과 너무 커버린 쑥을 구별해내지 못하니 항상 좀 일찍, 더 공기가 찰때 만나는 여린쑥들만 뜯어 먹곤한다. 

작년에 먹지는 않고 눈으로만 뿌듯하게 바라보던 부추 덩어리들을 언덕배기 텃밭에 옮겨심어놓고는 또 그렇게 관상하듯 그냥 두었었다. 부추꽃을 보기 위해 그냥 둔거긴 하지만 사실 부추는 밑둥을 두고 위만 잘라먹으면 계속 먹을수있는 식물이니 나의 게으름을 탓 할 수 밖에. 


비닐 하우스 안에서 멋지게 자란 상추도 밑둥을 잘라 에코백에 넣고, 언덕배기 텃밭으로 가서 부추를 잘랐다. 바람이 오면 바람을 맞고, 비와 눈에도 지지 않고 뿌리를 살려 이렇게 영양가득한 고마운 식품이 되어주는것이 너무 고맙다. 부추 옆으로는 토종 흰당근과 지난 늦가을 심은 마늘들도 자라고 있다. 언덕배기 텃밭에 당근이 여기저기 자라게 하고 싶어서 이녀석이 얼른 자라 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마늘쫑을 톡! 뽑아서 요리해 먹을 날도. 


텃밭에서 가만히 식물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랫집에 사는 얼룩이 - 고양이인데 자꾸 우리집 닭장을 티비 보듯이 구경해서 긴장하게 만드는 녀석들중 한마리-가 어슬렁 어슬렁 걸어올라온다. 아마 내가 있는줄 모르고 햇살을 즐기러 온 모양인데, “안녕!” 하고 인사하니 헉! 하고 놀래며 후다닥 사라진다. 사실 나랑 친해지면 맛있는걸 많이 먹을수있는데 아직 우리 사이가 그정도로 가깝진 않다. 아니 아주 먼 사이다.



봄햇살을 맞으며 밭에서 종알종알 놀다보면 마음에 커다란 풀밭이 펼쳐지는 기분이 든다. 

내가 바라보는 곳엔 왕겨가 덮여있는 흙과 덤불, 부추 마늘처럼 겨울을 이겨낸 강인한 녀석들 뿐인데 

마음속엔 가슴높이까지 멋지게 자란 밀밭이 펼쳐지는 기분이다. 스웨터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스며드는것도 기분이 좋고, 따뜻한 햇살에 등이 따뜻해지는것도 좋다.


차갑고도 따스한 날, 오늘 저녁엔 부추요리를 해먹어야지. 



작업실 마당에서 돗나물 채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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