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에도 만나자
하늘이 밤낮없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낮에는 구름들을, 밤에는 별빛을 보며 마음이 풍성해지는걸 느낀다.
작업실 창 밖으로 하늘을 보는것도 좋지만, 초저녁즈음 걷기운동을 하러나가서 한시간정도 걷다보면 하늘이 어둑해지고 하늘 저편에 보이는 별빛과 반대편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드는 광경이 마음을 간질간질, 풍성하게 하는데 사진으로는 절대로 담아지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이런 하늘을 볼 수 있다니, 프로젝트가 별로 없어 놀고있는 내게 주는 하늘의 선물일까?
가을이 오고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땅에선 풀벌레소리가, 밤하늘에서 기러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어릴때 놀이터 그네가 삐걱 거리는 소리랑 비슷한 소리가 하늘 저편에서 들리는데, 기러기들이 날아오며 길을 잃지 않으려고 구령을 붙이며 날아오는건가? 아니면 여기까지 오며 너무 지친 서로에게 힘내!라는 응원의 소리일까?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내가 기러기들의 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앗, 저소리는 흰기러기! 앗, 저 소리는 개리! 이렇게 알 수 있겠지만 아직까진 까마귀, 물까치, 뻐꾸기, 꾀꼬리소리 같이 아주 특징적인 소리만 구분 할 수 있는정도라 그저 '가을이 왔구나. 이제 추워지겠구나.' 만 생각한다.
긴팔을 꺼내입어야 하는 계절. 옷을 꽁꽁 싸매입고 새 구경을 다녀야 하는 계절이 멀지 않았다. 옷장정리를 빨리 해야한다는 부담스러운 마음과 동네에 머물 새들을 보러다닐 재미있는 구경이 기대되는 두가지 마음이 중첩된다.
어릴때 본 '닐스의 모험'이란 만화에서 거위와 기러기를 처음봤는데, 파주로 이사오고 또 텃밭생활을 하면서 기러기를 실제로 자주 보게 되었다. 오리보다 몸집이 더 크고 논밭에서 하루종일 무언가를 먹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면 푸드득-하고 날아오른다. 하지만 금새 제자리로 돌아와서 논에서 또 무언가를 먹고있다.
텃밭을 하고, 다양한 곤충들과 동물들을 더 많이 알게되면서 이젠 동물들의 소리나 크기, 털색같은걸 보고 저녀석의 진짜 이름이 뭘까? 찾아보고 공부하는게 재미있어졌다. 어떤땐 아예 철새나 나그네새를 보러 철원까지 가기도 하는걸 보면 나는 원래 파브르선생님같은 인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얼마전엔 운동하러 갔다가 저수지에서 저어새를 알아보고는 쌍안경을 사고 싶다는 생각에 며칠을 고민했었다. 요즘 경제사정이 좋지 못한 이유로 포기했지만, 새를 더 잘 볼 수 있다면.. 뭐라도 해보고싶은 마음이다.
기러기와 비슷한 친구로 개리라는 종류도 있는데, 개리는 기러기와 다르게 머리 위부터 목, 등부분까지 더 어두운 색이라 기러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새들을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는것이 즐겁다. 그리고 집 주변이 자꾸만 개발되고 나무가 없어지는게 너무나 슬프다. 부자가 되고싶다. 땅을 왕창 사서 아무 개발도 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