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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Apr 02. 2017

청소하고 또 청소하라.

동물과 함께 살기

구구는 더 이상 나와 함께 잠잘 수가 없다.

대변과 소변 컨트롤이 어렵고, 장의 상태도 더 나빠져서 여기저기에 소변을 흘리거나, 응가를 흘리거나 묻히기때문에, 침대나 가구의 패브릭을 사수하는 건 너무나 중요한 일이 되었다. 기저귀를 채워보려고도 했지만, 살이 짓무를 수도 있어서 그냥  더 열심히 닦고 목욕시키는 편이 구구의 건강에도 더 좋고 구구가 스트레스도 덜 받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사료 때문인지, 아니면 장애 때문에 구구의 신장이 나빠진 것인지 방광 가득 슬러지가 생겨서 이제는 방광질환용 사료를 먹어야하고, 나빠지는 장을 위해 동물용 요구르트를 먹이면서 구구의 컨디션을 지켜보고 많이 쓰다듬어주고 잘 놀아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의 최대치랄까. 이런 말을 하면 구구가 엄청 아파서 시름시름 앓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기겠지만, 실제로 구구는 애교 부리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는 일반적인 고양이처럼 보인다. 10년을 돌봐주신 주치의 선생님도 구구의 상태는 걱정이라고 말씀을 하시면서도,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구구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환경을 잘 만들어주고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만 하셨다. 그리고 잘 버티는 구구가 아주 장하다고도 해주시고. 


오늘은 일요일이고, 또 오래간만에 미세먼지 수치도 높지 않아서(한국의 수치는 다 믿어선 안 되겠지만) 환기도 시키고 여기저기 구구의 흔적들을 열심히 지웠다. 구구의 엉덩이와 꼬리도 깨끗하게 씻기고, 말려주었다. 


좀 더 부지런하게, 좀 더 정돈된 삶을 살게 해 주는 구구에게 감사의 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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