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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Aug 14. 2017

캠핑의 이유를 생각해볼때.

vegit eco life

지난 토요일, 태기산에 갔다왔다. 


금요일 저녁에 오뎅탕 국물을 먼저 내서 자글자글 졸여서 용량을 줄여두고, 냉동된 옥수수도 꺼내두었다. 이렇게 가는건 첨이라 메모지에 필요한것들을 적고, 혹시 빼먹은것이 없는지 여러번 체크를 했다. 

가능하면 일회용품 사용을 안하고, 쓰레기도 모두 가지고 오는 계획이었고 나는 별로 챙길게 없어서 일단 음식이나 도구에 치중했다. 하룻밤 잠만자고 아침에 오는 일정인데도, 챙길게 생각보다 많았다. 

구구가 좀 오랫동안 혼자 집에 있어야 해서 아침에 일찍 씻기고 소변을 받아놓고, 가기전에 한번 더 받아두고 음식이랑 물을 여기저기 준비해두고 출발했다.

가는길은 지난번보다 막혔다. 지난번엔 워낙에 늦게 출발한 탓도 있었겠지만 주말이고 별똥별이 떨어진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많은것 같았다. 일반 승용차로는 올라갈수없다고 했는데, 일반 승용차로 올라가다가 턱에 걸려있는 차도 있었고, 높은 쪽으로 올라가보니 하늘이 잘 보이는 위치엔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도 쭈욱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다. 둘은 텐트를 치고 나는 차에서 자기로 했기때문에 준비해온 음식준비를 하겠다고 하고, 복숭아를 키친타올로 박박 닦아서 털을 좀 없애두었다.


두사람이 먹을 고기와 내가 먹을 파, 새우를 굽고 먹고있는동안 우리가 있는 포스트에도 사람들이 더 와서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도착했을땐 하늘에 구름이 많았는데, 먹고 정리하는동안 하늘이 개서 별똥별을 볼 수 있을것 같았다. 별똥별 피크타임은 11시부터였지만,  우리는 아홉시 정도에 먹는걸 정리하고 와인에 간단한 안주만을 들고 카시오페이아 자리가 잘 보이는 위치와 방향으로 의자 세개를 놓고 앉아서 히사이시조의 스튜디오지브리 음악을 틀었다. 


우리가 앉아서 하늘을 보고 조단조단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두팀정도가 더 왔다. 한팀은 조용히 텐트를 쳤지만, 다른 한팀은 뭔가 넓적한 조명을 들더니, 여기 저기를 비추면서 텐트칠 곳을 찾기 시작했다. 별똥별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한팀은 이마에 헤드렌턴을 쓰고 얼굴을 움직일때마다, 또 한팀은 자리를 찾으려고 벽돌같은 조명으로 일명 '눈뽕'을 쏘기 시작했다. 아.. 정말 매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이 길어져서 좀 짜증이 났지만, 별똥별을 보는것이 너무 신나서 참기로 했다.


역시, 별똥별에 빈 소원은.. 어~! 앗! 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구름이 올라와서 모든게 젖기 시작했다. 방한예비용으로 가져간 솜점퍼가 푹 젖을정도가 되어서 각자 자리를 정리하고 자기로 했다. 나는 엄청 푹 잤는데 - 원래 머리대면 떡실신- 다른 두 친구는 잠을 잘 못잤다고 했다. 차속은 방음이 잘되어서 그런것 같다고 했다.


아침엔 일찍 내려갈 계획이었어서, 7시쯤 일어나서 커피 한잔을 하고 수다떨며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데 좀 화가 났다. 사람들이 쓰고 버린 일회용스푼의 비닐, 껍질같은게 바람에 날라오고있었다. 자연을 즐기러 와서 자연을 망치고 있는 사람들이라니. 우리는 뚜껑달린 통에 모든 쓰레기를 모으고, 대부분의 재료는 집에서 들고가서 버릴게 없었다. 제일 놀라웠던건, 어제 벽돌같은 조명을 들었던 아저씨 부부. 곧 내려갈건데 거기서 양치를 하고있었다! 양치정도는 내려가서 휴게소에서 해도 되는거 아닌가? 사진찍는다고 새둥지 부수는 사람들이나 저 사람들이나 별반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났다.


자연을 즐기려면, 보호하려는 마음이 먼저일것 같다. 10년후에도 아름다운 자연을 생각한다면 자신이 무슨행동을 하고있는지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그들에게 꼭 생기길 바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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