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선율에 띄웠던 날

말 해야 하는데

by 해성

이상한 한 주 끝의 어느 밤이었다. 분명 그러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엔가 기타를 치며 박혜경의 '고백'을 부르고 있었다. 그것도 진심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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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가을, 코로나 백신 2차를 맞고 며칠 아예 일어나지 못했다. 1차는 참을만했다면 2차는 살기 싫은 고통이었다. 당시 일과 병행하던 대학원은 3학기째였고, 기나긴 관계도 끝을 향하고 있었다. 종일 누워있으니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뒤집었고 지쳐버린 난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 별에 툭 떨어지고 싶었다. 열이 조금 내려 살 것 같더니 또 다른 고통이 시작되었다. 결국 계속 출근을 못하고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나왔는데, 고기를 먹을 일이 생겼다. 밥을 챙겨 먹기도 힘들던 나는 대충 모자를 쓰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꽤 친해진 사람이었지만 둘이 보는 건 처음이었다. 금요일 저녁에 찾아간 고깃집은 직원이 고기를 정말 맛없게 구웠던 기억이 난다. 고통을 잊고자 술을 한두 잔 마시기 시작했고, 이미 지친 몸에 금방 취기가 돌았다. 2차로 넘어가 잔을 비울수록 기분이 붕붕 떴다. 상대방에게 갖고 있던 감정을 그때 직면했다. 아, 나, 이 사람을 좋아하고 있구나. 술기운에 얼굴은 계속 달아올랐다. 아지트로 넘어가 평소처럼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고 놀기 시작했고, 난 그렇게 내 맘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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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복잡했지만 하나씩 정리하며 가장 어려웠던 과제를 끝내고 며칠 후 그와 다시 만났다. 바닷가에서 그의 진심을 듣고 함께한 지 1,247일이 지났다. 가슴 속에 별을 간직한 사람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는데, 내 별은 한동안 어디 숨어있다가 이제 빛을 내고 있나 싶었다. 뭔가 다시 길을 찾은 느낌이었고, 그는 지금도 나의 별로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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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깊은 곳에 숨겨둔 생각을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에 모든 고백은 절대 가볍지 않고, 책임이 따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이없는 장면인데, 나의 이야기에 그가 마음을 열어줘서 다행이었다. 앞으로도 서로 영혼의 조각을 나누며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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