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운명의 장난을 기다리며
"행복을 꿈꾸는, 행복을 드리는 추첨 방송이 되겠습니다."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반, 많은 이들이 본인에게 올 행운을 기대한다. 순서에 상관없이 숫자 6개가 맞으면 되는 로또. 내게도 정말 행복이 올까 싶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대에 찼던 얼굴은 실망이 한가득이다. 역시 행운은 나의 것이 아니었어. 그 주인공은 과연 누굴까? 전생에 어떤 공을 세웠길래 로또 1등에 당첨이 되는 거지? 지구를 구했나? 그럼 나는 우주를 팔아먹어서 문제인 건가? 시답잖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아 술잔을 비우며 잊어본다.
행운은 좋은 운수, 행복한 운수를 말한다. 운수는 이미 정해져 있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운과 기수다. 즉, 행운은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좋고, 행복한 것이란 이야기다. 그래, 어차피 로또 1등은 개인의 의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로또가 아니더라도 살면서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올 때는 있다. 나에겐 그 순간이 대부분 '합격'을 했을 때다. 특히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성공한 취업은 운명의 선물이었다. 당시 노심초사하며 정말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단순한 인내와 열정만으로 원하는 회사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운도 실력이라는데 한창 힘들 때는 정말 온 우주가 나를 외면하는 듯했다. 그래서 합격 발표가 났을 때 우주가 드디어 응답한 것 같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당시 취업한 회사에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데, 내일 출근할 생각을 하니 속이 답답하다. 스트레스로 속이 썩어 들어가는 지금은 그때의 합격 발표가 정말 하늘의 뜻이었는지 의심스럽다. 이렇게 어느 순간의 축복도 지나고 보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인생은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좋은 일이 나쁜 일이 되기도, 나쁜 일이 좋은 일이 되기도 한다. 당장 내일 어찌 될지 모르는데 요행을 바라며 살기보다는 그저 하루하루 본인에게 주어진 삶을 빛나는 순간으로 채우다 보면, 생 자체가 행운으로 남지 않을까? 그래도 어쩌면 운명의 장난이 나에게 올지도 모르니 오늘도 로또 한 장을 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