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by 해성

묘한 해방감을 주는 단어가 있다. '탈출'은 모든 것의 해답이 될 것만 같다. 방탈출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어떤 공간에 갇혀 제한 시간 안에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미션을 달성하여 탈출에 성공하는 그 짜릿함. 방탈출은 게임일 뿐이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탈출을 꿈꾼다. 그룹장에게 깨져서 떠나고 싶은 사무실, 미세먼지 가득한 도시, 잔소리만 한가득인 부모님, 길어지는 투병 생활로 인해 지긋지긋한 병원 등 처해있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곳곳에 가득하다. '도망쳐!'란 말이 유행처럼 번진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사무실에서 기껏 탈출했지만, 집에 가니 집안일이 한가득이다. 이러다가는 숨 막혀 죽을 것 같아 도시를 떠나 어느 공기 맑은 산속으로 들어가면 생전 처음 보는 벌레들이 나를 공격한다. 한없이 도망치고 싶은 생각만 머리를 메운다. 아무 고통도 없는 이상적인 곳은 존재하는 걸까? 새로운 곳도 답은 아니지만 현실이 너무나 버거운 우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당장 벗어나고 싶다.


그럼, 생각을 바꿔보자. 물리적인 이동이 아닌 머릿속에서 탈출을 감행하는 것이다.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스스로 힘든 상황에서 잠시 빠져나오는 걸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수화기 너머 결혼하라고 잔소리하는 엄마의 말은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로 흘려보내고 저녁에 뭐 맛있는 걸 먹을까? 맛집을 검색한다. 병원 생활이 지겨워질 때쯤 의학 드라마를 보며 내가 그 안의 주인공이 되어본다. 상상은 내 자유니까.

너무 고통스러울 땐 그 대상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 물리적인 거리를 둬야 하지만, 쉽지 않을 때는 임시방편으로 머릿속에 비상구를 만들어보자. 언제든 다른 세상으로 뛰쳐나갈 수 있도록 자신만의 탈주로를 만들어두면, 그곳이 우리가 찾아야 할 이상향일지도 모른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가영이(이누야샤 등장인물)의 대사를 곱씹으며 오늘도 탈출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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