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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리 Sep 21. 2015

03_상길치, 오로라 보러 먼길 떠나다.

2015, 100일간의 봄날

니, 길치라면서 어떻게 세계여행 갈 생각을 했냐는 질문을 받았다. 난 상길치다운 대답을 했다. '한국이나 세계나 내겐 똑같이 모르는 길이야!' 


소로 짐을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체중계에 재본 배낭과 보조가방 무게 합은 9kg. 간신히 두 자리 수를 피했다. 인천이 아닌 김포 공항에서, 국적기가 아닌 에어차이나로, 한겨울에 더 추운 극지 쪽으로 날아가는 청개구리형 세계반주가 시작됐다. (왜 반주냐고요? 앞 편을 보세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cctv 너머로 사라져 가는 네파군에게 (김포 에어차이나는 화면으로 본인 짐이 잘 붙여졌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마음으로 안녕, 하며 드디어 시작이구나,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상투적이고 제발 캐나다까지 무사히 짐이 가길 바라는 불안한 마음이 다였다. 시작부터 꼬이는 건 정말로 아니지 않은가.     


로라 보기 제일 쉬운 환경(지리적  위치뿐 아니라 관광지로서의 시스템 측면 포함)이라는 캐나다 옐로나이프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시간은 많으나 돈은 줄여야 하는 백수 입장에서 티켓팅을 하려 하니 중국을 경유해 캐나다로 입국하는 표를 먼저 결제했고 밴쿠버에서도 옐로나이프는 오지(?)라 직항이 없어 에드먼튼에서 경유해서 들어가야 했다. 결론은 오로라 보러 김포-북경-밴쿠버로 2번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밴쿠버-에드먼튼-옐로나이프로 2번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 하는 길치가 첫발을 내딛기엔 가슴 떨리는 시작이었단 말. 불안을 지우기 위해 온갖 부적스러운(?) 행동은 다했다. 좌석은 내 행운의 숫자, 27로 선택. 아는 분들에게 안전을 위한 기도 부탁과 스스로도 마인드 컨트롤 같은 기도를 중얼중얼. 옆자리에서 로밍에 실패해 안절부절하는 출장 가는 듯한 비즈니스맨에게 로밍센터에서 받은 외국에서 핸드폰 사용하는 안내책자도 착한 일 하는 셈 치고 드렸다. 다소 과장이 섞인 말이겠지만 3대가 복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여행 중 매일 하나씩 착한 일을 해야겠단 다짐도 하면서 말이다.*     


국 도착. 환승 대기 시간이 길어서 라운지를 찾아 헤매다 대륙의 컵라면을 맛봤다.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는 소심해서 못 들어 가겠다, 는 진실의 일부일뿐 더 큰 이유는 다른 라운지를 못 찾겠다. 내 생각에 난 아무래도 남들 안 가는 곳을 감지하는 촉이 좋은 거 같다. 사람 별로 없고 으슥하고 한적한 곳으로 절로 발이 간다. 명승지, 맛집 이런 데는 결코 감으로 찾을 수 없는 마이너의 감만이 물씬물씬 묻어나는 게 나. 아, 여행할 때 이건 별로 안 좋은데… 새로운 장소는 발견할지 모르나 생존에 위협적인 조건이다.


이틀째 2월 11일. 날짜 변경선을 지나와서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는데도 한국 출발 시간에서 한 시간 지났다. 내겐 2월 11일이 너무~ 길어. 출발이 어제 같은데 오늘이야. 

-2015년 2월 11일의 기록     


치라는 핸디캡을 넘기 위해 기나긴 환승시간과 날짜변경선을 이용해 충분한 여유를 둔 덕에 무사히 옐로나이프에 도착했다. 물론 그 전에 밴쿠버 민박집을 바로 앞까지 와서도 못 찾고 오락가락한 일과 국내선 공항으로 가는 스카이트레인 탈 때 숙자 씨(살기 좋다는 캐나다에도 노형이 살더랍니다. 쉽게 말해 노숙자 아저씨.)에게 전날 티켓을 반값에 사버린 경험치 부족한 여행자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이는 오로라를 보기 위한 액땜으로 합리화시켰다. 다행히 짐도 캐나다에 무사 도착. 오로라 빌리지에서 마중 나온 가이드님은 짐 이리 적은 여행객은 처음이란다. 속으로 이래 봬도 9키로, 게다가 전 갈 길이 많이 남은 반주여행자란 말을 꿀꺽 삼켰다.   

   

*이후로 선행일지를 남겨놨었는데 불의의 사고(이 글을 계속 쓰게 된다면 언젠가는 밝힐 수밖에 없는!)로 기록이 사라졌다. 


03.나는 밸런타인 데이에 오로라를 봤다편으로 이어집니다.




덧. 오로라 빌리지 예약
캐나다 오로라 빌리지 공식 사이트
http://auroravillage.com/
: 위 사이트에 예약메일을 보내면 며칠 뒤 가능한지 여부를 알려준다. 물론 영어로.
하지만 난 세계반주의 첫 여행지라 편하고 안전하게, 항공권 발권은 내가 했지만 나머지 공항 픽업과 샌딩, 오로라 빌리지 패키지 수속(숙소 선택, 방한복 대여, 투어 등등)을 국내 여행사에 맡겨버렸다. 초큼 비쌌지만 많은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어차피 호텔 싱글차지는 비싸다. ㅜㅜ) 오로라는 내 로망이었으니 질렀다. (실은 오로라 빌리지 메일 답신이 너무 늦게 와서 그냥 국내 여행사에 상담하다 예약해 버림. 빨리빨리 한국인의 정신이 내게도;;;) 국내 여행사라  이것저것 챙겨주는 것도 많았다. 오로라 책, 오로라 여권 커버, 오로라 네임택, 지도와 자료 등등. 


written by 블리

https://www.facebook.com/vel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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