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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책한잔 Apr 18. 2021

시골장 인심 한번 묵직하다

시골 아낙 장보기


시골장 인심 한번 묵직하다. 참외 10개 만원, 오렌지 한 망 더 사니 참외 큰 놈 하나 더 담아준다. 검정 봉지를 받아 들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감사는 지가 더 감사하쥬. 우리 물건 팔아줘스."

아코디언처럼 주름진 얼굴인데 수줍은 미소가 소녀 같다. 맞은편에서 콩나물 한 바구니 3000원, 큼지막한 집 두부 2500원 주고 샀다.

"엄마, 3000원 더하기 2500원은... 5500원이야?"

마트는 계산대에서 하지만 장에서 아이가 계산한다. 봄볕에 까맣게 탄 손 꼭 잡고 딸랑딸랑 쫓아다니는 딸에게 꽈배기 사줄까? 풀빵 사줄까? 매번 도리질 치더니 나무 좌판에 늘어진 얼룩무늬 강아지 인형 보고 멈춰 선다.

"엄마, 저거."

얼마냐고 물어보니, 한 마리는 7000원 두 마리 세트는 15000원이란다. 돌아오는 길 대파, 마늘 사려고 아껴둔 만원 짜리 지폐 꺼내 들고 혼잣말했다.

"대파는 꼭 사야 하는데..."

검정 봉지에 담으면서 1000원 깎아준다.
주머니 비었는데 골목 끝 신발 가게 장화를 보고 발걸음이 멈춰 선다. 인심 좋아 보이는 아저씨가 몇 신냐고 물어본다.

"250이요."

보라색 꽃무늬 장화와 파란색 체크무늬 장화를 보여준다.

"보라색은 중국 꺼 12000원이고, 파란색은 국내산 14000원 이어요. 별 차이는 없어도 구별되는 차이는 있을 거유."
"아저씨, 죄송한데 카드 되나요?"
"그럼유. 이런데 다닐 때는 지역상품권 구입해서 사용해유. 그럼 10% 할인해주니까."

손님 주머니까지 걱정해 준다.
00장, 인심 참 말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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