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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책한잔 May 05. 2021

아무래도 모지리인가 봐유

맨발 걷기 8개월


2020년 9월부터 산을 걷기 시작했어요.
신발 신고 걷다, 맨발로 걸었어요. 밤만 되면 발바닥이 아파 발마사지기를 했어요. 15 분해도  시원하지 않아 온열 버튼 누르고 연속으로 하다 발바닥에 화상 입었어요.


'모지리라고 할까 봐 누구한테 말도 못 하고...'


맨발로 자갈 섞인 산길을 걸으니 발마사지 할 필요가 없었어요.
가을, 겨울, 봄, 삼계를 걷고 사진을 올려 봅니다. 발바닥 보고 깜짝 놀라셨나요? 저도 놀랬어요. 발마사지기에 화상을 입을 만큼 얇았던 발바닥이 곰발바닥이 되었어요.


맨발 산행 8개월된 발바닥




가을 맨발 걷기 할 때 독이 차오른 독사가 꽈리를 뜰고 노려 봤어요. 식겁했지요. 집에 오면 밤 가시는 서비스로 박혀 있고요.
겨울 맨발 걷기는 생각보다 좋았어요. 푹푹 빠지는 눈 위를 걸을 때 신발은 발과 따로 놀아 불편해요. 맨발로 눈 밭을 걸을 때 처음에는 발바닥이 아리도록 시리지만 몇 번 걸으니 부드럽고 시원해졌어요. 동상은 맨발 걷기 안 할 때도 걸렸으니


'뭐 그까잇 껏 괜찮아유.'


하며 눈 위를 걸었어요.
꽃 피는 봄, 맨발로 걸을 때 어떨까요? 코 끝은 향긋하나, 진드기가 발목을 물어뜯어놔요.


진드기에 물린 상처



그 곁을 스치듯 삼각형 머리를 가진 뱀이 S라인을 뽐내며 지나가고요. 뱀도 무섭고 진드기도 싫어 신발 신고 걷다가도


'오늘도 신발을 벗고 걸었구나.'


아스팔트가 시작되는 곳에서 들고 있던 신발을 내려놓으면 알게 돼요. 맨발 걷기는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에요. 걷다 보니 습관이 되었어요. 어젯밤, 진드기에게 물려 피가 나도록 긁다가


 '내일은 신발 신고 걸어야지' 했는데 오늘도 신발 벗고 걸었네요.

아무래도 모지리인가봐유~~~



세상은 흑백 논리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을 맨발로 걸으며 알아가고 있습니다.
- 오월도 맨발산행, 박기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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