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다녀오고 약을 6종류 먹다 보니 계속 잠에 취한 것처럼 몽롱하네요. 어제는 일상생활이 힘들어 남편이 연차 쓰고 와 도와줬어요. 이런 체력으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 기적 같기도 해요. 사는 것이 힘들다고 고개 들고 투정 부리던 시간도 지나가고 이제는 작은 것에 감사하게 되었어요.
엄마가 되고 매일 꾸준히 했던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기도와 책 읽기였어요. 그렇게 아이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어요. 집에 TV도 없고 아이 휴대전화도 없어 자연스럽게 책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아요.
초6 아이 책장
1~6세까지 동화책 위주로 많이 봤고요. 7세 되면서 학습만화를 접하고 혼자 한글을 뗐어요. 8세 고전문학 오디오북을 거실에 틀어 놨어요. 시작이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였어요. 4세 때 그리스 로마 신화 동화책 전집을 CD를 들으면서 읽었고, 7세에는 그리스 로마 만화책을 봤어요. 8세에 일리아드 오디오북으로 듣고 9세에는 글 밥이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 전집을 들였어요. 많이 듣고 봤던 책이라 재미있게 보고 지금도 가끔씩 그리스 로마 신화 전집을 보고 있어요.
그 뒤로 오디오북으로 다양한 고전 문학을 접했어요. 일리아드, 월든, 파우스트, 레미제라블, 햄릿, 돈키호테,데미안, 허클베리 모험, 어린 왕자, 노인과 바다...아빠랑 함께 바다 낚시 가는 차 안에서도 듣고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셜록 홈스에 빠져 듣고 읽다, 뤼팽에서 다시 홈스로 넘어왔어요. 바이올린을 좋아하게 된 것도 홈스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요? 즐기면서 배우고 있어요.
고전 문학을 오디오북으로만 접하는 것이 아쉬워 도서관에서 책을 살피다 알게 된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을 전집을 구매했어요. 학습만화가 좋다 나쁘다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일단 고전문학을 만화로 도전해 봤어요. 구입한 지 3~4년 됐을까요? 지금도 잘 보고 있고 둘째 아이도 자주 읽는 책이 되었어요. 만화책에서 줄글 책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줄글 책 역시 잘봐요.
들에 핀 가느다란 잡초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엄마가 육아에 가장 큰 도움 받았던 것이 책과 기도였어요. 또 하나가 있다면 내 아이에 대한 믿음이었어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도 눈을 감고 상상했어요. 신기하게도 그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 아이가 자라고 있어요.
매일 아이와 책을 읽고, 기도하고 상상했던 시간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되었어요.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엄마로 사는 것에 감사하면서요. 아이 키우시느냐 힘드시죠? 저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요. 육아하시는 어머님, 아버님. 힘내세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