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기도의 길, 할머니의 기도를 잇다

방익수 신부님 미사 특강

by 오늘도책한잔

안녕하세요. 오늘도책한잔 박기량입니다. 봄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며 산기슭의 얼음이 녹고, 꽃망울이 터질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어요. 하지만 하루아침에 다시 하얀 눈꽃 세상이 되었습니다. 눈 내리는 시골 마을, 2025년 3월 18일. 다시 만났습니다.

첫째 아이는 학교 버스를 타고 등교하고, 둘째 아이는 학교 앞에 내려주었어요. 그리고 산에 갔습니다. 어제와는 또 다른 세상 같았지만,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한 손에는 묵주 한 알 한 알을 돌리며요.


어릴 적, 친할머니께서는 매일 묵주기도를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항상 생각했었어요.

'할머니는 어떻게 저렇게 많은 기도를 매일 하시지? 나는 절대로 못할 것 같다.'

할머니는 자식을 위해 기도한다고 하셨고, 특히 다섯째를 위해 가장 많은 기도를 하셨습니다. 살아생전 그렇게 많이 하셨던 할머니의 기도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요? 휘날리는 눈바람처럼 그냥 허공으로 흩어진 것일까요?


할머니처럼 기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지금 저는 산에서 묵주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위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매일 묵주기도를 하며 산을 걸어요.


지지난주, 아주 오랜만에 성당에 갔습니다. 보건소 소장님께서 방 신부님이 성당에 오셔서 특강을 하신다고 하셨어요. 성당은 기도를 위한 곳이지만, 저는 방 신부님을 뵙기 위해 성당에 갔습니다. 근 15년 만에 방 신부님께서 하시는 미사에 참석하게 되었어요. 미사가 끝나고, 특강이 이어졌습니다. 10년 동안 프랑스에서 선교사로 지내셨던 이야기를 강의를 통해 들을 수 있었어요.

'나의 길이란?'

이런 나도 만나고, 저런 나를 만나며 오늘의 나를 형성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 신부님은 예나 지금이나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신부님과 함께한 시간은 단 1년이었지만, 그 시간은 정말 길고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함께 성서 공부를 하며 삶의 어려움을 나누던 시간이 있어서인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신부님과 다시 만나고, 서로 삶을 나누게 된 것 같아요.


세상에 아무것도 없이 태어났지만, 묵주기도 하는 할머니를 보고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혼자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첫 영성체를 받을 때, 하얀 원피스를 입고 가야 하는데 우유 하나 사주지 않던 엄마에게 하얀 원피스를 사달라고 하는 건 무리라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부탁을 했어요. 첫 영성체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다른 아이들은 부모님이 사다 준 꽃다발을 들고 있었지만, 저는 없었어요. 그런데 괜찮았어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으니까요. 단체 사진 촬영을 하던 중, 어느 어머니께서 저에게 꽃다발을 주셨습니다.

'왜 꽃다발을 주셨을까?'

그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혼자 다니는 모습을 보고 꽃다발을 준비했다고요.

"감사합니다."

하고 꽃다발을 받고 사진을 찍었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첫 영성체 사진에서 저는 꽃다발을 들고 있지만, 입을 굳게 닫고 속으로 울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찍혔어요.


제가 선택한 종교는 늘 조용히 다가왔습니다. 말없이, 그러나 깊이 다가와서 꽃다발을 안겨주고 제 가슴을 울리게 했어요.


방 신부님을 뵙고 소장님과 앞마을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드렸을 뿐인데, 그곳에서 환대를 받았습니다. 가슴으로 안아주시고, 밥을 함께 먹고 가게 하셨어요.

'환대.’

저는 환대받지 못한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저를 환대해 주셨어요. 첫 영성체 날, 꽃다발을 받고 가슴속으로 울었던 그날처럼, 그날도 그렇게 가슴속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오늘도 손에 묵주를 들고 기도하며 산을 걸었습니다. 묵주기도를 하는 할머니를 보고

'나는 못할 거야'

라고 생각했던 그 기도를, 할머니처럼 하고 있어요.


어제는 봄의 향기가 가득한 날이었지만, 오늘 일어나 보니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한 하루입니다. 저의 삶도 마찬가지예요. 기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기도하는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삶은 그렇게 흘러가나 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건강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 작은 변화가 만든 큰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