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이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다

자연이 준 선물, 그리고 아이를 위한 선택

by 오늘도책한잔


아파트 생활은 분명 안전하고 편리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아이를 빠르게 학교에 데려다주었고, 마트도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평온한 일상 속에서, 점점 아이의 숨 쉴 틈이 사라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하루 종일 뛰어다니고 싶어 하는 아이는 작은 실내에서 자꾸 부딪혔고,
“조용히 해”, “뛰지 마” 같은 말이 어느새 제 입에 붙었습니다.
그때 문득, 무서운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렇게 계속 살면, 내 아이는 자유를 모르고 자라겠구나.’
깨달음은 곧 결심이 되었습니다.
무엇을 갖고, 어떤 성취를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는가'였습니다.
단 하나, 아이가 마음껏 숨 쉬고 뛰놀 수 있는 자연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건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시골 땅을 알아보고,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공사 현장에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간 날도 있었고,
밤이면 통증에 잠을 못 이루는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습니다.
고단함보다, 아이의 자유가 더 간절했기 때문입니다.
자연으로 왔다고 모든 게 순조로웠던 건 아닙니다.
외롭고, 아픈 몸으로 두 아이를 돌보는 일은 여전히 벅찼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자연은 매일 같은 자리에 서서 묵묵히 우리를 안아주었습니다.
바람은 말없이 등을 토닥였고, 나무는 조용히 존재를 인정해 주는 듯했습니다.
아이도 조금씩 자연과 함께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들판을 뛰어다녔고,
자잘한 돌을 망치로 깨며 노는 모습은
도시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습니다.
그저 놀뿐인데도, 아이는 매일 조금씩 자라났습니다.
해가 지면 책상에 앉아 책을 꺼냈습니다.
저는 책을 읽어주는 걸 좋아했고, 아이는 듣는 걸 좋아했습니다.
어느새 책은 우리 가족의 중심이 되었고,
요한이에게 책은 밥이자 친구였습니다.
오디오북도 함께 들었습니다.
『월든』, 『노인과 바다』, 『레미제라블』 같은 명작들이
아직 어린아이의 귀에 흘러들어 갔습니다.
때로는 내용이 어려워 보여도, 저는 굳이 가르치려 들지 않았습니다.
단지 좋은 문장과 사유가 천천히 스며들길 바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까운 곳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강독 수업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고,
주말마다 요한이와 함께 강의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철학이 너무 어려운 건 아닐까 걱정도 있었지만,
강의가 끝난 후 아이의 얼굴은 늘 어딘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어느 날, 몸이 너무 아파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한아, 오늘은 네가 혼자 학교 가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아이는 씨익 웃으며 말했습니다.
“어머니, 고통 없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 말에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철학 강의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문장이었는데,
아이의 입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날 이후, 아이를 ‘가르치려는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대신, 함께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같은 땅을 밟고, 같은 바람을 맞으며, 같은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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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볼 이야기

우리는 자녀를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이가 우리를 일깨우고, 자라게 합니다.
육아는 단지 돌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배우고 나누는 여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와 함께 느끼고, 생각하고, 기다릴 수 있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바로 부모 스스로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아이의 자유를 위한 삶의 선택은, 결국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그 깨달음이, 지금의 우리를 조금 더 단단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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