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어쩔 수 없는 난제들

by 오늘도책한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매 순간 선택의 기로 앞에 서야 했습니다.

분명히 선택은 제 몫이었지만, 왜 그토록 힘들고 괴로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날은 그 결정의 무게가 너무 커서 누군가 대신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선택이 틀렸다고 느껴질 때면, 자책은 더 깊어졌습니다.

'나 때문에…'

그 말은 마음속을 오랫동안 맴돌며 죄책감의 뿌리를 더 깊게 박았습니다.

내가 아프고 힘든 건 견딜 수 있지만,

선택으로 인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면,

정말이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제가 자연이 있는 곳에 집을 짓고 살겠다는 결심을 하다니요.

그건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였는지도 모릅니다.

상수도조차 연결되지 않은 집.

편리함보다 아이의 건강과 자연과의 삶을 택하기로 한 그 순간,

두려움보다 책임감이 조금 더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힘들고 고된 순간마다 마음도 그렇게 조금씩 단단해졌습니다.

돌이켜보면, 선택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자신을 믿지 못했을 때였습니다.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었고,

결정한 후엔 늘 후회와 불안이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집을 짓고,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들어선 뒤부터는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씩 선택을 하고,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선택이 혹시 잘못된 것이어도,

그 또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한 걸음씩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과천 현대미술관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한 작품 앞에 오래도록 멈춰 서 있었습니다.

어지럽게 흐트러진 방 안을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혼란스러운 이미지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제목을 보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습니다.

유근택 작가의 작품,

〈어쩔 수 없는 난제들〉

그제야 그림이 말하려 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마치 정리되지 않은 방처럼 늘 혼란스럽고 복잡합니다.

선명한 해답이 없는 문제들이 쌓여 있는 공간.

하지만 그 난제들을 풀어나가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누군가 대신 정리해 줄 수 없고, 대신 살아 줄 수도 없습니다.

삶이란 어쩌면 끊임없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여정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더 자유로워지고,

더 깊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철학자 니체는 말했습니다.

'삶의 고통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그 말을 온몸으로 이해하게 된 순간이 바로,

그림 앞에 서 있었던 그때였습니다.

그때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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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볼 이야기

우리의 삶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빠르게 결정하고 앞서 나가는 듯 보이지만,

그 사람 역시 속으로는 수많은 갈등과 고민을 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보이지 않을 뿐이지요.

어쩌면 ‘잘 산다는 것’은

늘 완벽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나에게 최선이었던 선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요?

오늘 내가 내린 결정이

미래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선택을 책임지고 살아가려는 마음만큼은

우리를 조금씩 더 성장하게 만들 것입니다.

혹시 지금, 당신 앞에도 어쩔 수 없는 난제들이 놓여 있나요?

그 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이 오롯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이

두렵게 느껴지시나요?

그렇다면 너무 서두르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때론 ‘잠시 멈춤’도 하나의 선택이니까요.

그리고 당신의 그 선택은,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분명 누군가의 삶에 닿을 만큼 의미 있는 여정이 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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