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바라본 산은 단정한 초록빛으로 평화롭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한 발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다양한 나무와 풀, 곤충과 동물들이 저마다 살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처럼 느껴집니다.
사람들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멀리서 볼 때는 단정하고 잔잔해 보여도, 가까이 다가서야 비로소 그 복잡한 결이 드러납니다.
그날, 숲 속에서 독사와 마주쳤습니다.
똬리를 틀고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제 앞을 막아선 뱀. 순간 몸이 얼어붙었고, 발끝에서부터 차오른 공포가 심장을 조여 왔습니다.
그 장면은 어린 시절을 소환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여름 햇볕이 뜨겁던 날이었습니다.
밭에서 일하시던 부모님이 양철 주전자를 건네며 말씀하셨습니다.
“기량아, 점방 가서 막걸리 좀 받아오너라.”
고무신을 신고 밭두렁을 따라 신나게 달렸습니다.
경운기 바퀴 자국 옆 풀길을 헤치며 내리막을 뛰는 순간은 하나의 놀이처럼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탱자나무 근처, 팔뚝만 한 노란 뱀이 길게 뻗어 있는 것을 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겁에 질려 어머니께 달려가 알렸더니, 어른들은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폴짝 뛰어가버려라~”
그 말을 따라 다시 길로 돌아갔습니다.
뱀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줄넘기하듯 뛰어넘었습니다.
넘는 순간, 두려움 너머에서 오는 묘한 쾌감과 뿌듯함이 가슴을 채웠습니다.
그날 심부름을 해냈고, 무서움도 이겨낸 ‘용감한 아이’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한 독사는 회갈색의 까치살모사였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독사로, 방심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존재입니다.
길을 우회했지만, 다른 능선에서도 새끼 독사와 마주쳤습니다.
작은 몸집이지만 긴 혀를 날름거리며 위협적인 기세를 보였습니다.
그 순간 생각했습니다.
‘두려움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처럼 단숨에 뛰어넘을 수는 없지만, 매번 두려움에 길이 막힌다면 이 산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는 깨달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가방에는 작은 방울을 달아 ‘내가 여기에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오른손엔 단단한 나무 지팡이를 들었습니다.
방울소리는 뱀이나 산짐승이 미리 자리를 피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고, 지팡이는 ‘이제는 도망치지 않고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강하며,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그 앞에서 두려움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자연이 제게 준 가장 큰 가르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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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볼 이야기
두려움은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하지만 그 감정을 피하지 않고 마주할 때, 우리는 진짜 용기와 만납니다.
두려움을 억누르려고 애쓰기보다, 그 너머로 걸어 나아갈 방법을 준비해 보세요.
그 한 걸음이 삶의 길을 넓혀주고, 당신을 한층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