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맨발로 그린 풍경

by 오늘도책한잔

지난 몇 년간 산과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며 몸과 마음을 단련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돌길과 흙길의 차가움과 거침 때문에 조심스러웠지만, 걸음을 거듭할수록 두려움은 점차 사라졌습니다. 발바닥으로 땅의 언어를 느끼며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한 경험은, 그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맨발 걷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삶을 깊이 느끼고 내면의 힘을 기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걸음을 반복하며 두려움을 마주하고, 자연의 속도와 호흡을 따라가면서 마음속 잡념이 정리되었습니다. 독사와 뱀을 마주했던 순간에도 이제는 침착하게 지나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움찔거리던 몸이 점차 자연과 조화롭게 호흡하며, 걸음마다 안정감을 찾아갔습니다.
체력과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오래 묵혀 두었던 꿈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바로 그림이었습니다. 화실 문을 열고 붓을 잡는 순간, 맨발 걷기에서 얻은 힘이 그림으로 이어졌습니다. 테라핀 오일의 냄새, 물감의 질감, 캔버스 위에 색을 쌓아가는 감각이, 맨발로 흙길을 걸으며 길러낸 집중력과 체력과 맞물려 내면을 깨우는 듯했습니다.
그동안 미뤄 두었던 시간들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느끼는 성취감과 감정의 해방은 맨발 걷기에서 얻은 내면의 힘과 연결되어 하루와 삶 전체를 조금씩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몸은 여전히 피곤했지만, 하루의 리듬은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아침에는 황톳길을 걸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평일에는 아이들을 돌보며, 토요일에는 화실에서 그림을 그린 뒤 다시 황톳길을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작은 발걸음과 붓질이 만들어 낸 변화 덕분에 삶의 풍경은 점점 확장되었습니다.
맨발 걷기와 그림은 서로 다른 활동 같지만, 삶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두 가지 경험이 서로 어우러지며 스스로의 삶을 설계하고, 원하는 길을 그려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걸음을 통해 느낀 한계와 붓질을 통해 얻은 성취감은 자신감을 조금씩 높여 주었고, 삶의 풍경이 점점 넓어져 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발끝으로 땅의 언어를 듣습니다. 차갑고 거친 돌길, 부드럽게 풀린 흙길, 황톳길의 온화함까지. 맨발로 걸을 때마다 세상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합니다.
‘괜찮다. 너는 충분하다. 오늘도 살아내고 있다.’
작은 발걸음과 붓질이 만들어 낸 삶의 변화, 그 힘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과정이 바로 맨발로 그린 삶의 풍경입니다.


함께 생각해 볼 이야기
반복되는 작은 행동 속에서 자신을 믿고, 두려움을 마주하며, 원하는 삶의 풍경을 조금씩 그려 갈 수 있습니다. 맨발 걷기와 그림처럼, 우리의 삶도 작은 습관과 경험이 이어지며 변화합니다. 마음속에 묻어 둔 꿈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오늘 작은 발걸음과 붓질로 시작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 작은 시작이 삶의 색을 되살리고, 내면의 기적을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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