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을 준비하던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전시관은 ㄷ자 형태였고, 그림을 어떻게 배치할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관람객들이 걸어가며 자연스럽게 삶의 여정을 따라가듯 감상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전시의 시작은 가장 밝고 화사한 작품들로 채웠습니다.
첫 공간에는 그림을 다시 시작하며 그린 작품들이 걸렸습니다. 노란빛 가득한 꽃과 풍경, 아이를 담은 그림. 환하고 따뜻한 색채가 마음의 회복을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참 예쁘다”, “마음이 환해진다”라며 감탄했습니다.
중간 공간에는 유럽 여행 중 만난 베네치아의 풍경을 담았습니다. 바람과 태양, 물결 위 반짝이는 빛, 도시를 감싼 색감들. 그곳에서 느낀 생동감과 자유가 붓끝에 자연스레 스며들었습니다. 그 시기 삶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이 그림 속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하지만 전시의 마지막, ㄷ자 끝 공간에 걸린 그림들은 달랐습니다. 수술 후, 두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시기의 그림이었습니다. 위태롭게 솟아 있는 절벽을 향해 날아오르는 학. 그 학은 바로 자신이었습니다. 넘어지면 부서질 듯한 불안 속에서도, 어떻게든 날아올라야 했던 몸부림. 그 옆에는 굳은 물감을 여러 겹 덧칠한 산 그림. 울퉁불퉁하고 거친 표면, 묵직한 색감은 고난과 역경, 내면의 무게를 그대로 담아낸 작품이었습니다.
솔직히, 그 그림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전시의 가장 뒤쪽,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 버릴지도 모를 자리에 걸었습니다.
'화려한 그림만 감상하고 가면 좋겠다'라는 마음도 조금 있었습니다. 고통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관람객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밝은 그림들을 본 후 마지막 공간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오히려 그곳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앞쪽 그림은 참 예쁘고 화려했는데, 뒤의 그림은 너무 무겁네요. 같은 사람이 그린 게 맞나요?”
“이 산 그림 앞에서 한참 서 있었어요. 꼭 지금 제 마음 같아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말과 함께 눈시울을 붉히던 관람객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그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마음을 전하는 언어라는 것을.
저에게 그 그림은 고통의 흔적이었고, 하루하루 버티기 위해 그려낸 몸부림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자기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깊은 공감을 불러왔습니다. 사람들은 화려하고 완벽한 모습만 공감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상처와 닮은 삶의 어두운 명암 앞에서, 더 오래 머물고, 더 깊이 감정을 나누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시절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무엇이 의미가 될지, 그 시간이 어떤 결실로 돌아올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붓을 들고 감정을 표현했기에, 누군가의 눈물을 끌어내고 위로가 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그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삶은 여전히 고통 속에 갇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붓을 든 덕분에, 그저 살기 위해 몸부림친 시간이 지금은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그 고통의 시간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신이 제게 “삶을 그려내라,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과 나누라”는 사명을 주신 것이 아닐까요? 그때는 전혀 몰랐습니다. 오늘과 같은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요.
첫 전시에서 흘러내린 한 사람의 눈물은, 제게 큰 선물이었습니다. 단순히 그림이 좋았다는 감탄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누군가와 깊이 연결되었다는 증거였으니까요. 지금도 다짐합니다. 화려한 그림만이 아니라, 삶의 명암을 함께 담아내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요. 고통조차도 누군가에게 빛이 될 수 있으니까요.
함께 생각해 볼 이야기
첫 개인전에서 두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준비하며 흘린 눈물은 감사의 눈물이었고, 관람객과 나눈 눈물은 공감의 눈물이었습니다. 이 두 눈물이 만나 삶의 새로운 의미가 되었습니다.
혹시 지금, 자신의 고통이나 고민을 감추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신가요? 때로는 그 고통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화려하고 완벽한 모습보다, 상처와 흔적이 담긴 진실한 이야기에 사람들은 더 깊이 공감합니다.
삶은 빛과 그림자가 함께하는 여정입니다. 그림자가 없다면 빛도 드러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과 상처조차도, 언젠가 다른 이에게 빛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묻어두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고 나누는 용기입니다.
저는 그림으로 표현했지만, 글, 음악, 작은 행동 등 방법은 다를 수 있습니다. 본질은 같습니다. 삶을 진솔하게 표현할 때, 그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됩니다. 그리고 저는 믿습니다. 흘린 눈물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