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K MORE:판을 바꾸는 질문들, 중앙북스, 프랑크 세스노
“기술의 발달로 우리 앞에는 끝없는 지평이 펼쳐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신속한 답변을 중시하는 ‘빨리빨리’ 검색엔진 문화 때문에 한층 깊은 탐구를 등한시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소셜 미디어로 정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면서 시민들의 진지한 토론에 균열이 생기고 대화가 아닌 독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뉴스 매체는 이런 세대에 물들어 점점 더 짧아지고 신랄해지면서 이를 더욱 심화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중략…) 진정성 있는 질문은 확실성, 이념, 분노에 밀려서 뒷전이 되기 일쑤다.” – 「판을 바꾸는 질문들」 ‘프롤로그’에서 p.18. –
“나는 내 반향실(反響室)이 되어 내 아이디어에 동조하고 내 논리를 인정해줄 가상과 현실의 친구와 동료로 똘똘 에워쌀 수 있다. 나는 모든 구성원이 내게 동의하는 미디어 세상에 살 수 있고. 내가 속한 소셜 미디어의 부족(附族)이 내 확신을 더욱 공고하게 뒷받침해 준다.
-우리는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속단을 피하는가?
-우리는 우리가 틀리는 것을 용납할 수 있는가?
-우리는 다른 식으로 질문할 수 있는가?
이 책에서 지금까지는 자신과 타인에서 더 많은 것을 묻고 요구하는 여러 가지 질문법을 살펴봤는데, 그 질문법들은 저마다 특유한 결과로 이어지고 고유한 방법론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질문법이든 간에 추론한 질문은 정보, 인식, 이해, 답변으로 이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판을 바꾸는 질문들」 8장 -‘어떻게 미지의 세계를 파헤칠 수 있을까’ p. 228.)
우리가 만나는 전문가는 의사나 지붕 기술자, 몸값 비싼 컨설턴트는 물론이고 동네 친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평생 가도 못 따라갈 정도로, 그들이 아무리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진단에 질문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p.48.
대화를 해보니 그들의 삶은 우리가 알지도 못하고 상상하지도 못하는 것들 투성이었다. 그들은 균열되고 힘겨운 인생을 살고 있었고, 그 속에서 번민과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때로는 고통을 자초하기도 했다. 나는 그 대화 내용을 보도에 최대한 반영하려 했지만. 그럼에도 대중이 그들의 말을 직접 들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왜냐하면 세간의 통념, 고정관념과 다리 이들은 정말 가슴 뭉클한 의지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p.87.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주인공 맥스는 모험심이 넘치는 소년으로 늑대 옷을 입고 장난을 치다가 배를 타고 괴물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러 떠난다. 그리고 다시 귀갓길에 오른 그의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맥스는 일 년을 거슬러 오르고 석 달, 두 달, 한 달을 거슬러 오르고 하루를 거슬러 오르면서 항해를 했어. 그날 밤에 맥스는 제 방으로 돌아왔어. 저녁밥이 맥스를 기다리고 있었지. 저녁밥은 아직도 따뜻했어.” p.104.
대의를 생각하면 투지가 생긴다. 정보와 지식을 확보하면 권위가 생긴다. 주의 깊게 들으면 기회가 생긴다. 맞서 싸울 상대가 시장이든 동네 망나니든 간에 우리에게는 신념에서 나오는 용기와 사실에서 나오는 근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을 유리하게 이용해야 한다. p.142.
대립형 질문은 둔기와 같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규칙을 존중하고 준수하며 행동에 책임을 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p.167.
이 연설에서 젊은 대통령은 도전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p.176.
자신과 타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어마나 많은 사람이 ‘나 증후군’의 함정에 빠지는지 그런 증상이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 '경청'과 '질문'에 계속 집중하자. 질문도 시선과 마찬가지로 계속 상대방에게, 현재 논의 중인 프로젝트에, '공동'의 목표에 맞추자. (…) 내가 아닌 우리 이야기를 하자. p.221.
하지만 질문법 중에는 느림을 특징으로 하는 질문법, 즉 즉답을 도출하긴커녕 불확실성을 수용할 것을 종용하는 질문법도 있다. 나는 느린 질문법, 다시 말해 노고와 인내를 요구하는 질문법, 내가 과연 옳은지 확인하기 위해 억지로 내가 틀렸음을 입증하려고 해야 하는 질문법, 그런 질문법이 지금 같은 즉답의 시대에 과연 대안으로 설 자리가 있을까 궁금했다. 그것이 진실에 이르는 믿을 만한 경로로 입증될 수 있을까? 그 답은 물론 ’ 그렇다 ‘이다 p.228.
워싱턴 정계에서는 다들 질문만 하면 즉시 확답을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와 달리 과학계에서 사실이란 알아내야 할 것이지, 내게 유리하게 써먹어야 할 것이 아니다. p.231.
이 문답을 들어보면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이 우려스러울 만큼 빈번하게 일어난다.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해버리기 일쑤다. 반면에 과학은 우리에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나서 속도를 늦추고 꾸밈없이, 공평무사하게 질문하라고 가르친다. p.238-9.
유능한 진행자는 항상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항상 경청하고, 항상 손님들과 그들의 대화에 관심을 기울인다. p.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