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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호 Nov 17. 2019

글에도 때가 있을까

써놓긴 써놓은 게... 맞는데요

브런치를 시작하고 한 달 여가 지났다. 구독자님들이나 혹은 우연히 만났지만 좋은 글을 남겨주신 작가님들과 댓글로 소통을 하며 '즐거운 브런치 생활'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글을 읽다 보면 가끔 작가님들이 들고 오신 소재가 나의 기억을 소환한다. 어느 때는 내가 언젠가는 쓰려고 '작가의 서랍'에 넣어둔 소재나 주제로 쓰신 글을 발견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엔 '내 고유의 경험'을 끌어내기 위해 글쓰기를 미뤄두지만 후자의 경우엔 달라진다. 일단 '같은 소재'로 글을 쓰려하시거나 '유사한 생각/경험'을 하신 일이 반갑고 신기해서 꼭 댓글을 남긴다. '작가님의 글을 보고 제 작가의 서랍에 넣어둔 글이 생각납니다. 저는 ~~~~~.' 대략 이런 식이다.


웃음에 관한 글을 쓰신 작가님께 "저도 억지웃음 얘기를 서랍에 담아놨어요!!"라고 했고 '오렌지맛 쌕쌕'을 소재로 글을 쓰신 작가님께 "저도 오렌지 맛 쌕쌕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일이 있어요!!"라고 했다. 최근에만 두 번이다. 댓글이긴 해도 말을 한 바는 지켜야 하므로 서랍 속 글을 완성하려고 들어가지만 생각보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 작가의 서랍에까지 넣었다는 건 어느 정도 계획이 서서 기록한 것인데 처음의 느낌이 살지 않는다.


브런치 글을 읽다 보면 '어떤 날은 글이 너무 잘 써지는데 어떤 날은 통 써지지 않아 고생을 했다.'는 작가님들의 고충을 자주 접한다. 각각의 글들에도 '글이 잘 풀리는 날'이 따로 있는 걸까. 쓰지 않으면 마음이 터질 것 같아서 모아놓은 글들이 완성되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마음이 동하면 동하는 대로 내내 쓰기 위해선 시간이 많이 필요하니 역시나 '자기 작업실이 있는 전문 작가'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여러모로 궁금증과 고민이 늘어간다. 불에 익히지 않은 신김치는 먹지 않는 나지만, 익어도 먹는 김치가 딱 두 종류 있다. 고들빼기김치와 깻잎장아찌이다.(둘 다 외할머니표여야 한다.) 서랍 속 그 글들도 고들빼기김치나 깻잎장아찌처럼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허언증이 아니라 정말 정말 제 작가의 서랍에 그 글들이 있습니다. 정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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