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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호 Jan 31. 2020

[서평] 어둠에서 좀 더 빨리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책

2편:『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이전 편에서 이어집니다.)

완전한 삶은 당신 자신 안에서 나와야만 합니다. 특별히 누군가를 발견한다고 해서 인간관계나 책임감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p.69.

허를 찌르는 말이었다. 털어놓긴 조금 부끄럽지만 20대 중반까지의 나는 내내 누군가 내 삶을 구원해주기를 바라며 살았다. 대상은 학교나 학원 선생님이 되기도 했고 친구 혹은 선배, 사랑하는 대상이 되기도 했다. 누군가 조금만 잘해주고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싶으면 상대방이 나를 온전히 이해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나름대로 충분한 사랑을 주셨지만 기질 상 예민했던 나는 좀 더 민감한 케어가 필요한 어린이였다. 가정 안에서 비롯된 결핍을 느끼며 다른 누군가 온전한 사랑을 주기를, 전적으로 이해해주기를 바랐다. 이성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줄을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기대했다. 허나 서로 간에 균형이 깨진 관계는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깨진 관계에서 다시 상처를 받고 내 안으로 점점 파고들었다.


백마 탄 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연인관계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친구 사이든 연인 사이든 둘이 서로 온전하게 서서 걸어야 건강한 관계이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기대 있는 모양으로는 관계가 지속되기 힘들다. 물론 힘들 때는 기대도 좋다. 하지만 고질적이고 지속적인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바로 서지 못한다면 살아가는 동안 같은 자리에서 다시 넘어지는 일을 반복한다.

     

어제의 내가 반드시 지금의 나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크나큰 자유가 있습니다. 그때 더 이상 과거에 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나 샤워를 하며 어제의 때를 씻어 내지만, 어제 느낀 감정의 찌꺼기는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지 않는다면, 상대방과 자신을 진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의 문을 닫지 말고 가끔씩 그 문을 들여다보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p.141. 

    

글을 시작하며 최근 기분이 다운되었다고 썼다. 현재의 기분을 좋지 않게 한 원인은 모두 과거에 있었다. 누군가가 한 행동이나 말을 곱씹으며 다시 상처 받는 일을 자처했다. 내면의 공책 안에 기분이 나빴던 일들을 적어두고 틈날 때마다 들춰보며 다시 상처 받았다. 몇 달 전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도 깨달았다.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한 사람의 기준을 마음에 새기고 무려 5년 가까이 매여 있었다.    

  

물론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사는 일은 쉽지 않다. 과거의 상처를 자꾸 들춰보는 이유 중 하나는 그러한 일련의 사건들에서 비롯된 아픔이 치유되지 않았고 억울함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거나 글쓰기를 하면서 묵은 감정을 해소하는 정도는 좋지만 과거에 지나치게 집착해 현재를 갉아먹게 해서는 곤란하다. 타고난 성격 상 현재보다 과거에 머무는 나는 더욱 신경 써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평소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던 부분을 책에서 짚어주니 좀 정리가 된 기분이었다. 아침마다 샤워를 하며 묵은 때는 씻어내면서 감정의 찌꺼기는 왜 벗겨내지 않느냐는 비유가 적절했다.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기분이 나쁘다.’ 거나 ‘자고 일어나니까 어제 당한 일이 더 기분이 나쁘다.’ 등의 푸념들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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