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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호 Jan 31. 2020

[서평] 어둠에서 좀 더 빨리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책

마지막:『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우리가 씨름하는 가장 큰 역설 중 하나가 바로 우리 자신의 어두운 면, 그림자가 드리운 면입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리의 ‘어두운 면’을 내쫓아 버릴 수 있다는 믿음은 비현실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생각입니다. 오히려 우리 자신의 반대되는 힘들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p.249.     


불행의 시작은 신 혹은 천사가 되고자 하는 헛된 욕망에서 온다. 인터넷에 이름을 치기만 하면 나오는 촉망받는 종교인이 있다. 그의 말을 듣거나 글을 읽는 것만으로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이다. 그는 글 안에서 늘 자신을 하찮게 표현한다. 겉으로만 봐서는 완벽한 사람이지만 좀 더 깊이 알고 지내며 그의 새로운 면을 보았다.

      

후배에게 막말하는 일을 밥 먹듯이 하고 숨도 쉬지 못하게 휘어잡는다. 곁으로 와서 조언을 해도 될 것을 부러 옥상까지 올라가 후배에게 소리를 친다. 심리적으로 위압감을 주기 위한 처사이다. 함께 지내는 이들은 어지간한 정신으로 버티지 못한다. 심리적으로 쇠약해져 남모르게 치료를 받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가 하는 말을 지속적으로 들어보고 또 하는 행동을 오래 보면서 깨달았다. 그는 완벽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큰 사람이었다. 늘 흠결 없이 깨끗하기를 바랐다. 세심하게 성찰을 하고 자신을 갈고닦을 줄만 알았다. 선이라 여기는 가치와 반대되는 것들에 지나치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나머지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관대하지 못했다.

     

흠결 없이 깨끗하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다. 신 혹은 성인(聖人)이나 천사가 되기를 갈망한다. 그러한 결벽에 대한 집착이 건강하게 발현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자신을 갉아먹고 공동체와 이웃을 망가뜨린다. 하지만 그들이 갈망하는 무결함도 신의 은총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독교의 교리로는 그렇다.  

    

뜬금없이 특정 종교의 교리를 가지고 왔지만 귀기울여볼 법한 내용이라 생각한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 만화에는 꼭 악당과 천사가 등장했다. 악당은 늘 나쁘기만 하고 천사는 착하기만 해서 선한 편이 악을 물리칠 때 환호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만화 프로그램이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는 세상에는 전적으로 선한 사람도, 전적으로 악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복합적인 존재이다. 선악이 뚜렷한 어린이용 만화영화보다는 인물의 내면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해내는 영화가 좋다. 자신의 완벽함만을 늘어놓는 이보다 부족한 점이 좀 있는 사람이 좋다. 좀 극단적이지만 술 한 잔을 마셔도 ‘죽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본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죽음’을 생각해봤다는 건 적어도 자신의 어둠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일 테다. 


저자는 우리의 삶을 주관하는 어떤 존재가 있다고 전제하고 글을 이어나간다. 우주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신일 것이고 책의 내용으로 보아 기독교의 신일 것이다. 한때 믿는 종교가 있었지만 그야말로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를 고수하는 나로서는 무조건 공감만 하며 읽을 수는 없었다. 책의 내용에서 앞뒤가 안 맞거나, 읽는 데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엇나간 판단을 할 위험이 있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덱스가 가득 찼다. 찾아놓은 내용들을 곁에 두고 계속 보면 나의 삶이 또다시 불안과 부정으로 가득 찰 때 이전보다는 빨리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삶을 건강하게 가꾸어가는 데 필요한 책이다.     


인상 깊은 구절

우리들 각자에게는 간디부터 히틀러까지 모든 인물의 가능성이 숨어 있습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부정적인 모습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p.26. 

    

인위적이고 멋진 모습들로 진정한 자신을 가리고 있는 사람보다는 그 자체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인 사람을 우리는 좋아합니다. p.34. 

    

우리들 대부분은 사랑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경험한 것은 대개 ‘보상’에 불과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공부를 잘하고, 할머니께 웃음을 보이고, 손을 잘 씻으면 ‘사랑받을’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것이 조건적인 가짜 사랑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사랑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사랑이 그토록 많은 것들을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라면, 대체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자신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p.49.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어리석다고 생각하며 이미 저지른 행동을 후회하거나 자신을 학대합니다. 만일 다른 사람이 실수를 했다면 당신은 “걱정 마. 누구나 다 그러는데 뭐.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냐.”하고 위로의 말을 건넬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똑같은 실수를 범하면 스스로를 쓸모없고 실패한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우리는 오히려 남에게 더 관대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하듯이 스스로에게도 친절하고 너그러워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p.50. 

    

우리가 밤하늘을 보는 것은 말 그대로 과거를 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경험하는 것들도 이와 비슷합니다. p.139.

     

당신이 하는 행동 중에서, 어떤 것이 당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고, 어떤 것이 절망을 배달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p.250.


(인생수업 서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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