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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식 Jun 17. 2021

준식씨의 2021 상반기 결산

[자기혁신공작소 프리시즌(2)]

이하의 내용은 이미 2021년 상반기를 정리하기 위해 동료 사업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며 얻은 성찰을 정리한 글....이라기보다는 글 빨리쓰기 내기 과정에서 탄생한 글이다. 나태한 나지만 가끔 묘한 '내기'를 하다가 텐션이 급박하게 오르면 순식간에 한 편 쓰곤 한다. 아래아래의 10가지가 내기 덕분에 30분만에 나온 글이라는 사실...! 2023년을 시작하며 브런치를 손보고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다시 한 번 되새김질해본다. 잊지 않고 반기마다 10가지 프레임워크를 반복했더라면 어땠을까? 건강검진처럼 정기적으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록은 필요한 것 같다. 2023 상반기 결산을 동일한 과정으로 꼭 해보겠다고 결심해본다.




2021 상반기 준식씨를 관통하는 3가지 테마를 정리한다면?

일이 곧 다이어트

네버엔딩스토리가 되는 듯한 사례집 제작 업무

뜻밖에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하는 일개 시민


뭔가 먹을 걸 찾아 먹으려고 온 힘을 다해 병뚜껑을 열다보니 저절로 10kg가 감량된 듯한 허무감이 올 상반기 내내 내 마음 속을 감돌았다.



일개 소시민인 나는 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자빠져 앉았는가? 정치인도, 활동가도 아니면서....




준식씨의 인생혁신 프레임워크 10가지 항목 정리


(1)나는 어떤 가치를 얻는가?


3번의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고, 그 중에는 소득이 짭잘할 곳도 있었지만 거부했다는 것...

 

적어도 나는 경제적 가치를 얻기 위해 사는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 이번 상반기에도 여실히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원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직종? 조직? 직급? 그런 것들이 나에게는 전혀 가치있게 여겨지지 않았기에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다.

 

"준식씨, 이번에 저와 함께 이거 해볼래요?"라고 말했을 때 감지되는 어떤 에너지? 그런 게 없었다. 직종, 직급, 나아가 안정되고 저명한 기업명에도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더라는 거다. 여전히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은둔한 전사처럼, 누군가 나를 찾아와 "이번 모험을 위한 파티에 네가 필요하다!"고 해주길 바라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나는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원하고 있는 듯...



(2)나의 정서적, 경제적, 환경적 여건은 어떠한가?


정서적 여건: 노란불

경제적 여건: 빨간불

환경적 여건: 노란불 깜빡깜빡


여전히 여건은 안좋다. 그러나 뭐 이쯤이면 운명이라고 치고 그냥 웃으며 넘어가자....



(3)나는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


그간 나는 뭔가에 미쳐 날뛰고자 하는 또라이에게 또라이짓을 해도 전혀 쪽팔리지 않다는 가치를 제공해왔다. 혹시 오래전에 떠돌던 영상을 본 적 있는가? 누군가 되도 않는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혼자 출 때는 이런 또라이가 어디 있냐 싶었지만, 따라서 춤추는 사람이 하나 둘 가세히며 갑자기 모든 사람이 춤을 춰야만 하는 춤판이 벌어졌다.

 

그렇다!!! 또라이 짓도 혼자서는 못한다. 또라이도 부끄럼을 타기 때문이다. 부끄럼을 무릎쓸 용기가 필요한데, 같이 또라이 짓하는 놈이 옆에 있으면 부끄럼은 사라지고, 용기를 낼 이유가 없다. 또라이 짓은 들숨이자 날숨이니 그냥 살아 숨쉬는 그대로도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 또라이 짓이 전국적인 유행이 되면 또라이 짓도 할만한 일이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 말이다... 내가 제공하는 가치가 또라이가 또라이스러움을 또라이스럽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인데, 이 또한 내가 상 또라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또라이의 친구됨이야 말로 내가 제공하는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4)나를 돕는 사람은 누구인가?


지금까지 나를 도와왔던 사람들을 보면 2가지 패턴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이 또라이 시키야, 이번 또라이 짓을 마지막으로 또라이 짓을 청산해랏! 너도 이제 철들 때가 됐다!"

둘째는 "세상에는 이런 또라이가 필요하다. 그러니 절대 너는 철들지 마라!! 너같은 또라이가 개인 또라이 총량의 법칙을 깨줌으로서 다른 사람들이 또라이가 되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또라이 총량의 법칙이 유지된다!!!"


최근 들어 전자는 사라지고, 후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은 주로 눈팅하는 페친들 속에 다수 존재하며 가끔 등장해 술과 밥을 리필하여 먹고 나면 고용량의 칼로리가 체내 축적되도록 조작해, 결국 비만과 당뇨 등 각종 성인병을 유발해 서서히 나를 죽어가게 만드는 소리없는 자객들이다.


그래서 나는 평소 과도한 업무량과 이동량을 유발함으로써 체내 축적된 칼로리들을 소모하며 생존을 위해, 지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으며 그사이 티 안나게 10kg을 그들 몰래 감량하는데 성공했다.



(5)나는 누구이며 어떤 재능, 강점,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


"내가 누구긴 누구냐? 우리 아빠, 엄마 아들이지!!" 따위의 말을 외칠 정도로 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람이다.


솔직히 나는 혼자서 아무 것도 제대로 못한다. 다들 나의 생김새와 분위기만 보고 뭐든지 혼자 다 잘할 것 같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저어어어어언혀 그렇지 않다. 누군가 옆에서 잔소리하고 조언하고 훈수두고 이끌어주지 않으면 잘하는 척만 하다 끝난다.


그런데 이말은 실제 누군가에게 도움을 얻으면, 혼자서 3사람 몫 이상을 하는 기이한 재주가 있다는 사.아.실!!! 그래서 나는 영화 <인턴>에 등장하는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할배)나 <아이언맨>의 자비스 집사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혹은 온달을 훈육한 평강공주같은 인물도 대환영이다.


그밖에 쓸모있는 재주는 뭐랄까 지금 쓰고 있는 이런 잡글을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작성할 수 있고, 비록 휘발성 지식이라 하더라도 쪽지시험 치기 전에 벼락치기하듯 습득한 정보로 뭔가 이써틱한 지식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



(6)나의 핵심 자원, 자산은 무엇인가?


나의 핵심 자원, 자산은 별 것 아닌 나 자신의 마음이다. 나는 마음이 중요한 사람...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 친구들 중에 <양철 나뭇꾼>이 등장하는데, 자신에게 마음이 없어서 슬퍼하던 인물이었다. 한때 나는 그 나뭇꾼처럼 마음이 없는 존재가 아닐까 슬퍼하고 의심하며 나의 청춘기를 백스페이스를 연타하며 보냈다. 그러고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날... 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임을 나 스스로 어쩌다 부지불식간에 알게 된 것이다.


나 자신은 동일한 사람이지만 어떤 시기는 마음이 없다고 여겼고, 특정 시점을 지난 다음 시기는 마음만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는게 참 애매하긴 하지만... 최근 십수년간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다. 마음 가지 않으면 가지 않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이 뛰어야 뛰고, 마음이 시키면 될 때까지 한다.


어쩌면 내가 인생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던 때가 그 기점이지 않았을까? 그때부터 지혜가 생기지 않았을까? 어쩌면 도로시 친구들이 필요로 했던 심장, 뇌, 용기는 이미 내 몸 속에 깃들어있었지만, 존재한다고 여기지 않았기에 없었던 것일 뿐, 존재함을 느낀 순간 그 존재가 나를 움직이고 있는지 모른다.



(7)내가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내가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예비 또라이들... 이들은 자신이 또라이인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들이 또라이가 됨으로서 사회적 또라이 총량의 법칙이 작동되고, 또라이짓을 하면 사회의 해악을 끼칠 사람들이 또라이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 그러니 앞으로 만날 예비 또라이들과의 만남이 기대된다는...



(8)나는 어떠한 투자가 필요한가?


투자? 그까이꺼 쉽다. 또라이, 예비 또라이들 만나러 돌아다닐 노자돈, 그들을 먹이고 먹이고 먹이고 먹이고 먹일 수 있는 밥과 술의 무한리필....



(9)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 일을 하는가?


먼저 또라이를 유인하기 위한 멀쩡하지 못한 활동을 한다. 그 다음 또라이나 예비 또라이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들의 지속가능한 친구가 되어줌으로써 절대 정상인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한다. 뭐 그렇게 말하고 넘어가자.



(10)내가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내가 또라이들에게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또라이들은 자아정체성을 유지하며 또라이짓을 맘 편히 할 수 있고, 이 사회는 절대로 또라이가 되어선 안될 사람들이 또라이가 되지 않음으로써 알흠답게 유지되며 번영해 간다는.....




에필로그


(1) 여기까지만 쓰자... 내기에서 지면 30분만에 제시된 글을 써야하니...

(런 벌칙은 싫지는 않지만... 나의 또라이됨을 알리게되니... 허허)


(2) 나의 본심을 숨기기 위해 본문에서 어떤 단어를 '또라이'라는 단어로 일괄 치환했다.

(...라기 보다는 에둘러서 '또라이'라 표기했다... 맞춰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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