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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식 Dec 25. 2022

"절대 까탈스럽지 않아요!!!"

[윤준식 사용설명서(4)] 2022.12.25.

최근 게으름을 즐기며 살고 있다. 총 8편으로 하나의 구성을 이루는 이 작은 연재 시리즈가 빨리 끝나지 않는 것도 게으름 탓이다. 처음에는 바빠서 연재가 소홀했는데, 지금은 게으름이라고 아주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나 자신이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기 때문인데... 크리스마스가 낀 주말 내내 잠만 자고 있던 터라 이대로 이번 주말을 보내고 나면 연말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끝날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지난 회에 이어 이번 회도 "준식씨의 특성 시리즈"로 이어 간다. 오늘은 그 네번째 '성격'편...

    *지난 편

         (1편) 지식 https://brunch.co.kr/@ventureman/31

         (2편) 기술 https://brunch.co.kr/@ventureman/32

         (3편) 경험 https://brunch.co.kr/@ventureman/34



(4편) 성격

"그거 알아요? 본인이 까탈스럽다는걸?"


어느 날인가부터 이런 말을 많이 듣고 있다. 대체 내 어디가 까탈스럽다고??? 나만큼 사려깊고 배려하는 사람이 어딨다고???? 그러나 반박하면 반박할수록 까탈스러운 사람이라는 소리를 더 듣고 있다. 편해지려면 아무 저항하지 말고 그냥 들어두고 귀밖으로 넘기는 수밖에...


그러나 그냥 넘기는 것과는 별도로 왜 까탈스럽다는 소리를 듣는지는 분석할 필요가 있다.

자! 여기서 나의 성격의 일부가 드러난다. 어떤 면에서는 6편에서 소개할 나의 사고특성의 일부를 털어놓는 셈이지만... 방금 나 스스로 '분석'한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는가? 이게 나의 성격과 관련이 있는 거다. 


우선 분석의 의미는 무엇인가?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1. 얽혀 있거나 복잡한 것을 풀어서 개별적인 요소나 성질로 나눔.
2. 개념이나 문장을 보다 단순한 개념이나 문장으로 나누어 그 의미를 명료하게 함.
3. 복잡한 현상이나 대상 또는 개념을, 그것을 구성하는 단순한 요소로 분해하는 일.      


분석에 대한 설명을 보면 볼수록 "이건 사고특성이지, 성격이 아냐"라고 생각하게 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런데, 나의 경우는 사고특성이면서도 성격이라 설명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지금도 보시라! 단어의 정의부터 찾아서 조목조목 대입하며 뭔가를 명료하게 하려-실제로는 더 머리 아프게- 하고 있지 않은가?


나아가 성격이라 해도 무방한 이유는 성격의 사전적 정의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지식백과를 검색해보면 성격을 두고 "개인을 특징짓는 지속적이며 일관된 행동양식"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런 탓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것은 낯설게 보고, 낯선 것은 익숙하게 보기 때문에 다소 오해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까탈스럽게 보이는 건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게 되면서 묻고 따지고 분석하기 때문에 오는 소소한 오해의 총합이 아닐까 추측한다. 뭐, 주위 사람들의 분위기와 상황을 파악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밖에 성격 본연의 것을 놓고 본다면, 겉보기에는 화를 잘 내는 사람처럼 보일 거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사람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다만 이것 또한 소소한 오해의 총합인데, 다른 이들 입장에선 당황스러운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며 매우 관대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제법 많은데 말이다. 어찌 되었든 이런 성격은 손해보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나의 다정다감함, 나의 관대함, 나의 대자대비한 사랑의 속성은 다른 이들에게 좀처럼 알아채지지 않는 레어아이템인 셈이다.


따라서 지금 서술하고 있는 내용은 모두 지우고 다시 작성되어야 한다! 나의 다정다감하고 관대하며, 사랑많은 사람으로서의 특성을 자화자찬하는 내용으로 채워져야만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나는 관대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굳이 나의 숨겨진 장점을 증명하기 위해 분서갱유 수준의 만행을 할 정도로 인색하진 않아서다. 


꽤 손해를 보더라도 이런 방침은 바꿀 생각이 없다. 어떤 면에선 나의 성격적 장점을 발견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황금열쇠(?), 행운(?), 우대권(?)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보물찾기 하듯 여기저기 숨겨놓는 것도 앞으로의 인연을 즐기게 해주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나에게 관심이 있고,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더 발견해 주겠지. 발견한 보물만큼 그들에게 즐거움과 보상이 있겠지... 이렇게 말이다.


오늘은 짧게 끝내자. 곧 자정이라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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