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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식 Jan 27. 2023

"다 좋은데 눈치가 없어요 ㅠㅠ"

[윤준식 사용설명서(5)] 2023.01.27.

이번엔 그나마 양호하게 1개월만에 다시 돌아왔다. 어찌보면 하루 날 잡아 우루루 쓸 수 있는 내용인데 나름 연재의 즐거움을 느껴본답시고 내일로 미뤘다가, 그 내일이 내일의 내일로 이어지며 몇 달에 한 번이라는 극악무도한 연재속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이상하게도 오늘 브런치에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브런치의 몇몇 글을 다시 정리해 매거진을 만들고, 두어 편 정도 이런저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5편인 '행동특성'편이다.

    *지난 편

         (1편) 지식 https://brunch.co.kr/@ventureman/31

         (2편) 기술 https://brunch.co.kr/@ventureman/32

         (3편) 경험 https://brunch.co.kr/@ventureman/34

         (4편) 성격 https://brunch.co.kr/@ventureman/37




(5편) 행동특성

"나도 제대로 공감하고, 눈치껏 행동하고 싶다. 근데 잘 안 된다고!"


어린 시절부터 눈치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으며 자랐다. 가장 어려운 게 "눈치껏 행동하라"는 주문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되시는 분을 위해 조금 다른 시츄에이션으로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가끔 TV 요리 프로그램이나 요리 레시피를 들여보다 보면 이런 표현이 있다. '설탕 약간', '갖은양념 적당량', "적당히 간간히 버무려주세요", "불을 조금씩 줄여주세요" 등...


솔직히 나는 이런 내용을 슬쩍 보고 요리 잘 하는 사람이 신기하다 못해 위대해 보인다. 나는 이런 표현 앞에서 무력해진다. 내가 요리를 못... 아니 요리가 불가능한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심지어 이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감각을 요하는 교과목들은 모두 꽝이었다. 예능과목이라 부르는 음미체 시간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대체 음은 어떻게 정해지는 건지, 색은 어떻게 섞고 붓은 어떤 강도로 칠해야 하는지,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자세와 내 몸의 자세는 왜 같아지지 않는 건지... 못해서 안돼서 오는 고생스러움도 큰데, 선생님의 꾸지람과 학우들의 놀림이 심하다 못해 왕따 수준까지 간 적도 많다. 예체능 시간에 벌을 서거나 얻어 맞고 시작하는 것은 물론, 나쁜 별명까지 붙여가며 괴롭혀대는 반 친구들 덕에 숨어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내가 왜 못하고 안 되는지 몰랐다. 그래서 지레 겁먹고 포기해버린 것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도 전환의 시기가 왔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니 방송반 친구들을 중심으로 음악을 매우 애호하는 녀석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서로 카세트 테이프와 LP, CD를 빌려주고 받고, 야자시간마다 복사한 테이프를 무한반복 청취하는게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노래를 외우기 시작한 거다. 음정, 박자, 멜로디를 외우게 되니 어느 틈엔가 노래를 정확하게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 눈치껏 맞춰하지는 못하지만, 비교분석하다보면 학습하는게 가능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포크기타도 칠 수 있게 되었다. 음악적 감각이 있어서가 아니다. 비교분석과 반복숙달 덕분이었다. 그래서 기타를 잘 치지는 못하지만, 잘 치는 것처럼 보이게 연주할 수 있었다. 사실 예술은 감성적인 분야라 느낌을 살려야 하는데, 느낌을 살리지는 못하지만 느낌이 들어간 것처럼 외워서 재현하면 잘 치지는 못해도, 잘 치는 것처럼 보인다. 안타깝게도 그 이상의 수준을 바랄 수는 없었다. 느낌을 표현하는 재주는 없으니까...  그러니 더 이상의 재미를 느끼지 못해 실력을 더 늘릴 수 없었고, 손을 놓았고, 지금은 기타 무능자가 되었다. 


뭐.. 이래저래 슬픈 사연을 고백하는 넋두리의 장이 되어버린거 같은데... 마음이 조금은 쓰라려도 이런 솔직한 내용이 사례를 통해 나의 행동특성을 설명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서 과거를 회상해 보았다.


여튼 나의 눈치없음은 자라나며 '학습'하는 행동으로 보완되기 시작했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기 위해 노력하게 된 거다. 행동과 태도를 관찰하며 각각의 상황 속에서 보여주는 것을 패턴화하여 내 머리 속에 입력하는 거다. "A가 A1의 행동을 하는 건 화가 나서", "A2의 반응은 부끄러워서" 이런 식으로 패턴을 외우는 식이다. 이게 어느 정도 입력되면 큰 도움이 된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 주어서 배려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된다.


그럼에도! 이런 분석태도와 학습활동은 인간관계 속에서 오해를 사기도 하고 갈등이 심화되었을 때 오답을 선택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첫째, 상대방에 대한 질문의 양이 늘어나고 관심이 과도해져서 화를 자초할 때가 있다. 호불호, 감정상태, 사건의 인과, 가족사 등에 대한 질문이 지나치면 상대방이 거리를 멀리 할 때도 있다. 상대방에 대한 관찰의 시선의 양이 많아지면 불편함을 넘어 불쾌해할 때도 있다. 이런게 눈치 없음, 공감능력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둘째, 사람은 감정상태에 따라 사실과 다른 답을 내놓기도 한다. 그것을 읽어들여야 하는데 여기서 틀린다. "괜찮아요?"라는 물음에 "네"라고 답했더라도 "실은 도움이 필요합니다"라는 의미일 수 있는데, 이를 곧이 곧대로 듣는다. 혹은 "집까지 모셔다 드릴까요?"에 괜찮다는 답을 들었지만, 예의상 말하는 거라고 착각해서 "가는 길이니까 태워드릴게요. 타세요"라고 재차 권유했다가 "부담스러우니 그냥 가세요"라는 말을 듣고 인간관계의 연속을 이어가는데 주춤하게 되기도 한다.


자칫 남녀관계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나의 눈치없음-공감능력 부재는 이성보다 감성의 영역이 강한 사람과의 공존에 큰 어려움을 끼친다. 예술적인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과는 소통을 제대로 못할 때가 많다. 이유없이 나를 기피하고, 나도 제대로 다가가지 못한다. 가끔은 어떤 이에게 무서운 존재로 여겨지기도 하고 뭐 그렇다. 그만큼 실수도 많이 했고, 후회도 많다. 물론 나 자신은 바뀌려고 여전히 노력중이지만, 노력이 가중될수록 연구분석과 학습의 열심이 발휘되어서 예민한 상대에게는 더욱 불쾌감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자! 지금까지의 서술만 놓고 보면 나는 한없이 부족하고 모자란 부끄러운 사람으로 비춰질 것이다. 그러나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만드는 반대방향을 보시라. 상대적으로 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람이며, 내게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상대방을 마주하려 노력하고 관계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나의 행동특성이라고 부끄럽지만 살짜쿵 자랑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의 낱말의 사전적인 정의를 함께 보면 어떨까?


배려(配慮):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그렇다! 아직도! 여전히! '배려'를 배우고 훈련해 나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이런 나의 행동특성은 나의 MBTI 유형이 INTP이기 때문에 두드러지는 것이기도 하다. NT의 특성이 강해 직관과 생각에 의존하다보니 주위의 분위기를 느끼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데 둔감해서다. 이런 약점이 인간관계의 한계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다른 장점으로 인간관계를 확장시키는 재주도 있다는...


한편, 나의 행동특성을 설명하는 과정 속에서 과감히 생략한 내용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문제해결 능력이다. 그런데 굳이 설명하지 않고 넘어감은 MBTI에서 NT의 특성을 지니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문제해결 능력이라, 그냥 INTP라는 말 한 마디로 퉁치고 넘어간다. 


그럼 6편(사고특성)에서 또 만나뵙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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